원치 않은 아이 출산했다면 의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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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아이 출산했다면 의사 책임
  • 윤종원
  • 승인 2006.12.1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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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민사 11부 판결
태아의 유전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분한 검사를 권유하지 않아 "원하지 않는 아이"를 출산하게 했다면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11부(이현승 부장판사)는 12일 A씨 부부가 "임신중절을 하지 못하고 유전병을 지닌 아이를 출산하게 된 데 대해 3억원을 배상하라"며 서울 모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 담당자들은 A씨 부부의 자녀 5명 가운데 중절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유전자 결함으로 생기는 진행성 근위축증(SMA) 환자였기 때문에 태아가 같은 병을 앓을 확률이 높았음에도 정확도 97.5%의 검사를 신뢰하고 재검사 또는 추가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데 대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적절하게 임신중절을 할 기회를 병원측이 빼앗았다는 점에서 재산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지만 검사의 정확도가 97.5%로 신뢰도가 높고 재검사나 추가검사 또한 오류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검사가 태아나 산모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A씨 부부는 2003년 10월 융모막 검사를 통해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받고 결손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출산을 결정했으나 아이가 SMA 환자라는 진단을 받자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SMA는 유전자 결함 때문에 척수 세포가 퇴화하면서 점차 근육이 위축되는 병으로 ▲ 생후 6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 2세 이내에 사망하거나 ▲ 6∼18개월 이내에 증세가 나타나 10∼20대까지 생존하거나 ▲ 18개월 이후에 나타나 줄곧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현승 부장판사는 "A씨 부부가 앞서 5차례 아이를 가졌는데 4명이 환자였다는 특수한 점이 있다"며 "병원측이 이들 부부의 가족력을 자세히 알고 있으면서도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고 심층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것이 주요 과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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