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임신증상을 단순 부작용으로 간주하는 바람에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임신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중절수술을 했다면 담당 한의사에게 50%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부인 A(33.여)씨는 2002년 첫 아이를 낳은 뒤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하던 중 2005년 4월 중순 전북 무주 읍내의 M한의원에서 비만치료를 위해 한약 복용과 침 시술 등의 방식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A씨는 같은달 말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겨 임신이 의심된다며 담당 한의사에게 상담했으나 의사는 "비만치료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치료를 계속했다.
A씨는 2005년 5월23일 한의원을 찾아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한의사는 비만치료 부작용으로 판단, 비만치료 한약 대신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한약을 처방.조제해줬다.
한약을 복용해도 같은 증세가 계속되자 A씨는 2주 후인 6월6일 다시 한의원을 찾았고 의사는 그때야 산부인과 진료를 권유했고 다음날 임신사실을 확인한 A씨는 그동안 복용한 한약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 중절수술을 받은 뒤 한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전주지법 민사11단독 정재규 판사는 A씨 부부가 M한의원 의사 M(34)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와 비만치료비, 임신중절비용 등 모두 1천1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의료 전문가로서 환자의 신체 변화를 관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진맥만으로 임신증세를 비만치료 부작용으로 진단, 임신사실을 알지 못한 원고가 각종 약물을 복용케 해 결국 중절수술에 이르게 했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도 피임을 확실히 하고 임신진단검사 등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했다면 약물 복용으로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스스로 차단할 수 있었는데도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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