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교에 없는데, 교수 충원과 건물 증측이 무슨 소용인가’ 반문
2025년도 정원 원점으로 돌리고 2026년도부터 인력수급위원회로 결정해야
“반헌법적 대학교율 자율성 훼손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8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더 큰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의료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최창민, 전의비)는 10월 21일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의대정원 증원과 반헌법적인 대학교육 자율성 훼손에 대한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의비는 교육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교수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 대학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심각히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의학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의학교육평가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평원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으나 아직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최창민 위원장은 “이주호 장관은 학생들의 정당한 휴학을 승인해 주지 않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기본권리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이 장관은 각 대학의 학칙 개정을 강제하고 있는데, 학칙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수들의 뜻을 모아 진행하는 것임에도 모든 책임을 대학과 학생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적인 사항조차 교육부 장관의 말 한마디로 달라진다면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다”며 “그야말로 한국 대학교육의 위기 상태”라고 우려했다.
과거 이 장관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장관은 지난 2022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유세에서 교육부 역할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고 교육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해 대학 관련 업무를 국무총리실로 넘겨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랬던 이주호와 지금의 이주호는 다른 사람이냐는 것이다.
채희복 충북대학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부총리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관리하기는커녕 복지부 장관이 혼자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을 결정하고 공표했는데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학교를 발전시키는 좋은 정책이라 홍보했다”며 “100년을 바라보고 증원해도 모자랄 판에 복지부 장관이 시키는 대로 정원을 늘렸다”라고 지적했다.
채 위원장은 “특히, 이 장관은 국회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예비 인재인 의대생들은 휴학의 자유가 없다고 말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발언을 했다”며 “대학교육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헌법을 위반하고 대학들에게 의대생들의 휴학이 3학기를 넘지 않도록 하고, 2025년도에는 복학을 시키라는 학칙을 만들라고 하는 지시는 선을 넘었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의료대란 사태를 당장 멈추려면 2025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게 전의비의 요구사항이다.
전의비는 연대사를 통해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책임자를 처벌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비는 이어 “2025년도는 총 모집 정원 3,058명에 맞게 감원해 선발하고 향후 정원 증원은 2026년도부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며 “학교에 학생들이 없는데 교수 충원과 건물 증축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