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및 스미스-마제니스 증후군 등에 사용…아이와 부모 삶의 질 향상
‘서카딘’으로 불면증 치료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던 건일제약이 이번에는 소아에게 사용할 수 있는 멜라토닌 성분 불면증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는다. 대상은 수면장애를 겪는 자폐 아동 등이지만 추후 적응증을 추가하며 처방 확대를 이루겠다는 포부이다.
건일제약은 최근 제약바이오협회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불면증 치료제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성분명 멜라토닌)의 출시와 함께 허가관련 임상 결과와 향후 판매 계획 등을 소개했다.
슬리나이토미니서방정은 이스라엘 뉴림(Neurim)사로부터 도입한 불면증 치료제로 ‘수면 위생 개선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자폐스펙트럼장애 및/또는 스미스-마제니스증후군을 가진 2~18세 소아 및 청소년의 불면증 치료’에 쓰인다.
건일제약은 자폐 혹은 희귀질환이라는 점에도 ‘소아 및 청소년’이 적응증에 표기된 불면증 치료제는 사실상 국내서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를 맡은 최석홍 마케팅1팀장에 따르면 국내 아동 5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이들은 절반 남짓에서 최대 80%가 수면에 문제를 겪고 있다. 멜라토닌의 전구체인 세로토닌의 유전적 기능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발작이나 기분 불안정 등의 증상으로 ASD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수면부족 문제, 삶의 질까지 낮아진다는 것이 많은 연구 결과에서 나와 있다. 여기에 만성 불면은 회복 수면 과정에 필요한 REM 수면을 감소시키고 일상생활에서 인지능력 약화, 공격성 증가와 과잉행동, 두려움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유럽 기준 ASD 아동의 75% 수준이 보호자의 지시를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약물치료를 할 수밖에 없지만 기존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속방형이기 때문에 긴 시간의 수면 패턴에 맞지 않는다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실제 ASD 아동은 인지발달 저하나 강박 증상이 나타나 식사나 수면 등 일상생활의 변화 혹은 ‘약을 먹는다’라는 루틴을 추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서방정 형태의 슬리나이토는 잠들기 30분 전에 약을 복용하면 최대 7~8시간 정상적인 수면 패턴과 유사하게 멜라토닌이 분비돼 안정적인 수면을 돕는다. 여기에 구형에 가까우면서도 3mm 수준의 아주 작은 제형으로 만들어져 요거트나 주스, 아이스크림 사이에 넣어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ASD 아동에게도 거부감이 없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건일제약은 이와 함께 허가의 기반이 된 임상 결과에서도 이들 아동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효성과 안전성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얻어낸 것.
유럽과 미국 내 24개 기관에서 진행된 임상3상에서는 ASD 판정을 받았으며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2세부터 17.5세까지의 유아 및 청소년 125명을 대상으로 13~52주간 슬리나이토군(60명) 및 위약군(65명)으로 나뉘어 슬리나이토 투여 이후 수면 시작, 수면 유지시간, 총수면 시간 등을 각각 측정했다. 이 중 28.5%는 동반성 ADHD를 앓고 있으며 12.8%는 동반성 간질이 있었다.
임상 결과 플라시보군 대비 슬리나이토군은 3주차에 40분가량 수면 시간이 늘었으며 13주, 26주, 39주, 52주 등 총 네 번의 측정 결과 평균 62.08분의 총 수면시간 증가를 기록했다. 또 복용량 최적화 후 52주차에서 수면유지 시간은 89.1분 증가했다. 반면 수면을 준비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수면잠복시간은 52주 기준으로 평균 48.6분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도 뚜렷한 변화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슬리나이토 복용군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 수면 만족도 조사에서는 1~5점 척도 내에서 평균 2점이 높아졌다. 간병인 역시 50%에 육박하는 수치가 6개월 및 12개월 복용시 기존 삶의 질 점수가 복용 전 대비 10% 이상 높아졌다고 답했다.
안전성의 경우 2년간 진행된 추적 임상에서 경미한 졸음 등의 반응은 있었으나, 정제 복용 준수율은 24개월의 연구 기간동안 100%에 가까웠으며 복용 중단 이후 의존성, 남용, 내성, 금단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
서카딘으로 채우지 못했던 ‘빈틈’, 슬리나이토로 성공 이어갈까
슬리나이토의 등장은 그동안 소아에게 쓸 수 있는 불면증 치료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다.
프랑스의 ASD나 영국 NICE 등을 비롯해 독일 AWMF 등에서도 가이드라인에 수면을 돕기 위해 멜라토닌 제제의 사용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는 등 해외 시장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는 약제이기도 하다.
건일제약은 이같은 가능성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신경유전학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불면증에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지난 7월 30일 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이들 아동을 위한 적응증 확대 권고안에 긍정적 의견을 받은 바도 있다.
아울러 건일제약은 ‘서카딘’ 성공 전략을 슬리나이토로 이어가겠다는 포부이다. 슬리나이토 또한 유일한 소아용 의약품이라는 점, 그리고 서카딘을 판매해오면서 쌓인 영업 노하우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
비급여라는 점, 상대적으로 처방대상이 적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처방을 위한 대상을 크게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점 역시 건일제약이 시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이유다.
최석홍 팀장은 “ASD 아동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데이터 등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의 미래는 밝지 않지만 자폐 및 유전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추이를 감안했을 때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