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공식 입장 아니나 향후 한동훈·이재명 당 대표 및 서울시에 제안 예정
젊은의사들이 생각할 때 의료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은 ‘불법의료 근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의료 환경에서 미래 의사들이 투명하고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의료계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계 스스로 꾸준히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9월 24일 의협회관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이 구상한 첫 번째 정책을 공개했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채동영 홍보이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돼 현재 의대생과 전공의 10여 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구성된 지 약 한 달 만에 첫 번째 정책을 제안하게 됐다.
이날 공개된 정책은 자문의 성격으로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최근 유명 피부클리닉의 한 지점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행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문제는 처벌 규정만 있을 뿐 이를 방지하는 법안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물론, 의협이 중앙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징계 사유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한정돼 있고 실질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불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이점에 착안해 비윤리적·불법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세 가지의 방안을 구상했다.
우선, ‘불법 의료행위 감시 기구 확대 및 상설화’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설치한 바 있는데, 이를 확대 개편해 불법 의료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게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의 생각이다.
불법 의료행위 감시 기구를 설치해 상시 운영하고 신고 사항에 대해 자체 조사를 정례화, 조사결과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채동영 이사는 “해당 기구를 통해 징벌적 감시제를 도입해 특정 개인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사안으로 회부되면 명단을 작성해 중윤위 차원에서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중윤위 회부 방식에 ‘배심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회원 중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고 거주지역, 성별, 연령대 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배심원을 선별해 중윤위 회부 안건을 익명으로 설명하고 징계 내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배심원의 다수 동의로 결정된 징계 사항은 중윤위에 의무적으로 회부될 수 있도록 하고 중윤위는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채 이사는 “거부 시에는 명확한 근거를 명시·공고하도록 해 중윤위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회원의 객관적 견해를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리시술 등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비롯해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처럼 명확한 불법행위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한 이후 다른 사안으로 확대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의학정보원을 활용한 ‘의료인 등록 및 공시제’ 도입이다.
이는 의료기관이 의사면허를 의무적으로 게시하고 환자가 QR코드로 확인한 정보와 시술자에 대한 정보를 교차 검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정보 제공 주체는 의협 의학정보원에서 맡아야 의료인 개인정보가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지 못할 수 있다.
채동영 이사는 “의료인 개인정보 유출 및 특정 대학·수련병원 출신의 의사를 선호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이를 의협이 관리해 정부 차원에서 의료인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등의 문제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젊은의사 정책자문단 1호 정책들은 의협 대의원회 정관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 정관 개정이 추진되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한동훈·이재명 대표 및 오세훈 서울특별시 시장에게도 전달돼 필요한 입법 사항들에 대해 정치권 등과 연계가 시도될 방침이다.
채 이사는 “앞으로 정책자문단을 확대해 더 많은 젊은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의협 내에서도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활동 반경을 넓혀갈 것”이라며 “임신중절수술 문제를 비롯해 수련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하고 지속적인 정책 제안이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의사들의 열띤 토론과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 한 번의 정책 제언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가시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의협, 의료계, 정치권 등은 미래 의료가 바로서길 바라는 차세대 의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