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일주일 간 104시간 이상 근무한 사례도 있어
전공의 복귀 무산 시 전문의 10명 중 6명은 ‘사직의향’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 전국 34개 수련병원 응급실 의료진 중 약 70%가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석 연휴에 응급실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화자찬했으나,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촉발한 문제를 의료진의 ‘살신성인’으로 막아낸 것과 다름없었던 것.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근무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9월 21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국민들에게 응급실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됐으며, 9월 13일 오전 7시부터 9월 20일 오전 7시까지를 기준으로 했다.
전의교협은 “34개 수련병원 89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답했다”며 “응급실에서의 근무 및 당직 일정은 해당 병원의 전문의가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응답자 수와 상관없이 조사결과는 34개 수련병원의 응급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1주일간 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 전체 89명 중 28명(31.5%)이 4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으며 9명(10.1%)은 64시간 이상 근무했다.
심지어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도 3명(3.3%)이나 존재했따.
최대연속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는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고, 15명(16.9%)은 16시간 이상, 이중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의교협의 설명에 따르면 잠에서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깨어난 후 20시간이 지날 경우 음주운전과 비슷한 상태가 돼 사실상 음주상태에서 환자를 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한 전의교협이다.
아울러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사직에 대한 의향을 물어본 결과, 46명(51.7%)이 실제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경우에는 사직의향이 55명(61.8%)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전의교협은 정부가 호언장담하듯이 현재의 의료대란이 앞으로 개선되기는커녕 더 큰 부담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확하다고 경고했다.
전의교협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응급실 대한은 의료대한의 종착역이 아니라 의료대란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응급의료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연이어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게다가 전문의와 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다시 병원과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를 유지하고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불안정한 현 상황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게 전의교협의 설명이다.
전의교협은 “불통, 무능력, 무책임한 정부의 의료정책은 전공의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문의들과 교수마저 병원과 학교를 떠나게 만들 것”이라며 “정부는 실체가 불명확한 10년 뒤의 허상을 쫓을 것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눈앞에 다가온 의료붕괴의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