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고3 학생 1,000명당 의대 입학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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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고3 학생 1,000명당 의대 입학 20명?”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2.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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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방의학회, 2024년도 동계심포지엄에서 의사인력 관련 주제 다뤄
정재훈 교수, ‘의대정원 증원 반영한 의사 공급 및 의료비 전망’ 연구 발표
필수의료 위기 및 타 직역 상대적 격차 줄이는 단기적·효과적 정책 필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연 2,000명 증원 정책이 실현될 경우 20년 후에는 고3 학생 1,000명 중 2%인 약 20명이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

이에 무턱대고 의대정원만 증원할 게 아니라 필수의료 위기 및 타 직역과의 상대적인 격차를 줄이는 단기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예방의학회(이사장 홍영습, 동아의대)는 2월 15일 서울대학교병원 우덕 윤덕병홀에서 ‘의사인력 추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4년 동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홍영습 이사장은 적정한 의료인력의 추계는 국민건강과 국가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 토론·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이날 발표는 예방의학회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한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맡았다.

정재훈 교수는 ‘정부 의대정원 증원안을 반영한 의사 인력 공급 및 의료비 전망’을 제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증원안에 따라 인력 증원 시 시행 20년 후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3.5~3.7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해당 시기의 대학 입학 인구(18세, 고3) 1,000명당 의대정원은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급격하게 상승하며 30년 후 생산 인구는 본인 의료비의 5배 이상의 부양 인구 의료비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으며 현재의 의사 인력 증원이 의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에 10% 이상 영향을 주는 시점은 증원 후 15년 이후로 제시됐다.

또한 의사 1인당 건강보험진료비는 의사의 생산성과 임금의 포괄적 지표로 향후 30년간 지속해서 상승해 실질 GDP 상승률을 상회하며 의대 쏠림 현상은 의대 증원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재훈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이외에 필수의료 위기, 의료계와 타 직역의 상대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단기적이고 효과의 크기가 더 큰 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단, 이번 연구는 의료 수요에 따른 인력 추계 시행의 방법론적 한계와 정상 상태 규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간에 따른 상대적 비교로 의사 인력의 공급과 수요를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정 교수다.

이어진 토론은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좌장으로 다섯 명의 패널이 의견을 나눴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향후 의사공급과잉을 조절하려면 사회적 비용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연 750명에 달하는 한의사 정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응급실 뻉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불난 집에 불을 끄지 않고 저수지를 파는 행동”이라며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신영석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사인력 추계의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민감도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현재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변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도 “의료자원의 수요와 공급 분석에서 의료체계가 다른 국가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부적절하다”며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는 의사인력의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필수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실현되기도 힘들다”고 언급했다.

좌장인 이상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한 여러 고견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연구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한편 예방의학회의 2024년 동계심포지엄은 최초 기획할 당시 보건의료 수요와 공급의 추계 방법에 따른 다양한 결과와 예방의학의 역할 등을 다루려고 했으나 최근 의대정원 증원 발표로 인해 이에 따른 장기적 변화를 추계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강동윤 예방의학회의 총무이사는 “단기간에 매주 적은 예산으로 수행된 연구에서도 정부의 현재 정책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정책 결정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통한 전문가 집단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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