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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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특집] 비대면진료의 향후 전망과 과제 - 의료계
  • 병원신문
  • 승인 2023.07.0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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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대면진료보다 높은 수가, 의료 과오에 대한 법적 보장 필요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가족 간에도 직접 만나는 것보다 전화나 화상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이나 콘서트장에 가는 대신 TV를 시청하면서 집에서 여가를 보내거나 한적한 곳에 가서 캠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온라인 환경을 선호해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반영하듯,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환경 또한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대면 진료 방식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 방식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현대인의 덕목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는 단순히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되는데, 잘못될 경우 고스란히 피해는 환자들이 받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딜 수밖에 없고, 새로운 일을 행하는 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준비도 안 된 비대면 진료 방식을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일부 경험하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국내외 방역상황이 안정화 됨에 따라 우리 방역 당국도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면서, 산업계는 경제적 논리로 정부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 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처치나 처방을 하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들은 제한적인 진찰로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하는 비대면 진료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를 꼭 시행해야 하겠다면 고려되어야 할 부분들을 언급하고, 그에 대한 정책적 방안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환자가 건강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진단을 정확히 해야 하고, 그에 맞추어 처방을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빠르게 발전해서 진단의 정확성이 올라간다고 해도,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는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해야 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비대면 진료는 재진만 허용해야 한다.

플랫폼 업계들은 초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난 4월에 모 국회의원이 초진부터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하지만 초진을 비대면으로 진료할 경우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환자는 의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지만 모든 이야기를 해 주지는 않는다.

환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중에도 의학적인 단서가 분명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통해 찾아낸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에는 문진 후 불안정한 수준의 시진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서 진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진단이 잘못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심각 상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에는 다시 초진을 제한하고 있고, 이는 각 나라들이 초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진료 방법은 실시간 화상을 이용해야 한다.

코로나19 때 전화나 SNS 등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으나, 환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진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화상 진료가 그나마 좋은 방법이다.

아직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상을 통한 진료가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비교적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질환은 만성 질환으로 국한해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

질환의 중증도나 경과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에 적합한 질환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시범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들을 먼저 시행하고, 추후 다른 질환을 추가하는 것은 각 전문과 및 관련 학회 등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관은 환자 거주 지역 내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지방의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초기에 제도적 정비를 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게 되면, 자유방임형 의료이용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중증 질환은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로 환자를 보는 것이 맞고, 경증의 만성질환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약 처방이 가능한 목록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이 늘어나게 되면, 거기에 맞추어 처방 가능한 약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약 및 향정신성 약물 처방을 못하게 하고 있고, 처방할 수 있는 약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한다.

만약에 약 배송을 허용한다면, 약사회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은 일차 의료기관 근접 약국에서 배송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여섯째, 비대면 진료 수가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 구비, 관리 및 운영비용, 대면 진료에 비해 늘어나는 진료시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 현재의 대면 진료 수가보다 높게 적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대면 진료와 비슷한 수준에서 수가를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면 진료 수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처럼 책정하게 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에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일곱째, 비대면 진료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과오에 대해 의사의 법적 책임 소재 면제 및 책임 면책 사유에 대한 법률적 보장이 필요하다.

대면 진료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대면 진료와 같은 동등한 책임을 요구하면 안된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므로 의사의 통제 범위 밖의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의료인 간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련 법률이 제정된 이후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에 대해 꾸준히 논의가 있었다.

2009년 7월에 비대면 진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 이후로 의사-환자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고, 현 정부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음성전화가 가능한 모호한 진료 방법에 대한 규정이나 신분 확인 절차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휴일 및 야간에 소아 환자의 초진 의학적 상담이 가능한 부분과 만성질환자의 대상 폭이 너무 넓은 부분도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시범사업에 잘 담아야 한다. 

환자를 위한 정책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옛 선인들의 지혜를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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