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행사 거부권 총 66건 중 절반인 33건 재입법 성공
지난 3월 23일 국회 본회의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직회부한 간호법 등 6건의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의결함에 따라 앞으로 열릴 본회의에서 간호법 등이 의결될 경우 과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역대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총 66건 중 이 가운데 절반인 33건이 법률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1988년 이후로는 거부된 법률안 16건 중 1건만이 법률로 최종 확정됐다는 점은 그나마 의료계에 위안이 될 것 같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직무대리 이신우)는 3월 31일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사례’를 다룬 ‘이슈와 논점’을 발간했다.
발간된 보고서는 제헌 헌법 이래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통계,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내용을 분석하고 미국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관련 통계와 거부권의 성공률 변화 등을 함께 분석‧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래 현재까지 총 12인의 대통령 중 6인의 대통령이 총 66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많은 45건(68.2%)의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최장기간(16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제6공화국 헌정체제 하에서는(1988년 이후) 노태우 대통령 7건, 노무현 대통령 6건, 이명박 대통령 1건, 박근혜 대통령이 2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 국회에서 법률로 최종 확정된 비율은 정확히 절반인 50%(33건)였지만, 1988년 이후로는 단 1건(6.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매우 실효성 높은 국회 견제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제6공화국 헌정체제 하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총 16건)했던 정치환경을 살펴보면 대부분(13건) 집권여당이 원내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였다는 게 특징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3건)는 집권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의 정치적 상황이었다.
주지할 부분은 거부한 법안의 내용들이 국회의 권한과 기능수행을 절차를 규정한 법안(국정감·조사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국회법), 과거사 관련 법안, 전·현직 대통령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많았다는 것이다. 간호법이나 의사면허 박탈법 등 직역간의 갈등이나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의회에서 무효화 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제헌의회 이후로 현재까지 총 2,585건의 거부권이 행사됐으며 이 중에서 112건(4.3%)만이 의회에서 법률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조지 H. 부시 대통령(1989년) 이후만 보면 법률로 최종 확정된 비율은 7.6%, 조지 W. 부시 대통령(2001년) 이후만 보면 17.1%로 높아졌다.
다시 말해 과거와 비교할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로 거부권 행사 사례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반면 거부권이 의회에서 무효화되는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거부권 행사의 역사적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거부권 행사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부권의 성공률(국회의 재입법 실패율)이 높아진 반면, 미국은 거부권의 성공률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연 이런 분석과 평가가 간호법 등에도 적용돼 실제 법률안을 좌초시킬 수 있을지는 이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