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되는 소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들은 뿌리에서 잎 끝까지 물을 공급하는 헛물관의 길이가 속씨식물의 물관에 비해 10분의1 밖에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수백만 년 전에 멸종했어야 옳지만 실제는 그 반대이다.
북미 대륙에서는 숲 전체가 침엽수로 구성돼 있으며 수령 5천년이 넘는 브리슬콘 소나무와 키가 80m를 넘는 아메리카 삼나무도 모두 침엽수이다.
유타 주립대학의 생물학자 존 스퍼리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속씨식물의 물관에 비해 10분의1인 3㎜ 길이의 헛물관으로 이처럼 왕성하게 생육하는 침엽수의 비밀은 단세포로 구성된 헛물관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밸브의 효율성에 있다고 밝혔다.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들의 경우 물관은 여러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길이는 약 10배이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상록수의 뿌리에서 잎으로 올라가는 물은 속씨식물에 비해 10배나 많은 밸브를 거쳐야 한다.
연구진은 이런 복잡한 구조가 침엽수의 생장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18종의 침엽수와 29종의 속씨식물들을 상대로 가지를 통과하는 물의 흐름을 관찰했다.
놀랍게도 지름이 같은 물관과 헛물관을 놓고 볼 때 물의 흐름에 대한 저항은 침엽수와 속씨 식물이 같았으나 침엽수의 밸브가 효율성이 훨씬 높았고 반대로 속씨식물은 물관의 효율이 높은 반면 밸브의 효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퍼리는 이에 대해 물의 활용이라는 같은 문제를 놓고 침엽수와 속씨식물이 서로 다른 해결방식을 진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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