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쌍둥이, 커가면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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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쌍둥이, 커가면서 달라진다
  • 윤종원
  • 승인 2005.07.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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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나이를 먹을수록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서로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국립암센터의 마넬 에스텔러 박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3-74세의 일란성 쌍둥이 40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는 같지만 특정한 때에 어느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느냐와 유전자가 얼마나 강하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에스텔러 박사는 초기에는 이러한 차이가 없지만 시간이 가면서 식사습관, 운동, 흡연, 음주, 질병 등 노출되는 환경적 요인들이 달라짐에 따라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놀라운 것은 서로 떨어져 살면서 서로 다른 환경과 경험에 노출된 쌍둥이가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며 오랜 기간 함께 산 쌍둥이에 비해 이러한 차이가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라고 에스텔러 박사는 말했다.

에스텔러 박사는 이 일란성 쌍둥이들이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생물학적 메커니즘인 DNA 메틸화(methylation)와 히스톤 아세틸화(histone acetylation)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DNA 메틸화와 히스톤 아세틸화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적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자는 특정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고 후자는 휴면상태의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전체적으로 이들 중 35%에게서 후생유전학적 변화의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차이는 초기에는 전혀 없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28세 이후에는 60%이상에게서 이와 같은 DNA변화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인간의 세포 안에는 서로 역할이 다른 수 만 개의 유전자가 들어있지만 특정한 시간에 따라 그리고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어떤 유전자들은 활성화되고 나머지 유전자들은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이러한 커다란 조화아래서 생명활동이 순조롭게 운용되는 것이다.

에스텔러 박사는 이 연구결과는 식사습관과 흡연, 운동 같은 생활습관이 DNA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한 노화에 의해 DNA변이가 나타나면서 유전자들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영향도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수 있다고 에스텔러 박사는 밝혔다.

일란성 쌍둥이는 평균 250명에 한 명 꼴로 태어난다. 이들은 유전암호가 사실상 동일하지만 이들에게는 어머니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 양극성장애 같은 일부 정신질환은 쌍둥이 두 사람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신체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에스텔러 박사의 이 연구결과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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