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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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로스
  • 윤종원
  • 승인 2005.06.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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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과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이탈리아 영화 "정사"(L"Avventura).

이미 세계 영화계의 전설이 된 이들 영화의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을 한데 묶은 것은 사랑의 신 "에로스"(Eros). 홍콩의 스타일리스트 왕자웨이와 선댄스와 칸, 아카데미를 모두 수상한 천재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사랑"이라는 흔하면서도 쉽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각각 30여분 분량의 단편을 만들었다.

왕자웨이가 연출한 "그녀의 손길"(The hand)은 "아비정전"과 "화양연화", "2046" 등 전작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나 화면을 이루는 의상과 배경의 스타일이 흡사하다.

재단사 견습생인 장(장첸)은 심부름 갔다 만났던 고급 콜걸 후아(궁리)의 손길에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여자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은 평생을 잊지 못할 기억. 장은 그녀가 입을 옷들을 만들며 자신만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세월이 흘러 장은 재단사로 자리를 잡지만 후아는 재정적으로도 파산하고 병까지 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사람 사이의 감촉이라는 측면에서 둘의 사랑을 풀어나간다. 영화 속 후아의 손은 유혹하는 손길인 동시에 상대방을 아끼는 손길이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에로틱하다.

왕자웨이의 열혈팬이라면 이 영화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감독은 "사스로 신체 접촉을 피하던 상황이 오히려 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게 했다"고 소개했다.

소더버그의 단편 "꿈 속의 여인"(Equlibrium) 역시 감독 특유의 유머가 묻어있다. 영화의 배경은 50년대 뉴욕. 주인공인 광고회사 직원 닉(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매일 밤 같은 내용의 에로틱한 꿈을 꾼다. 알몸의 여자가 나타나 야릇한 몸짓을 보이는 것. 그녀는 꿈에서는 아는 사이지만 자고나면 도통 모르는 사람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경쇠약 직전에 이른 닉은 의사(앨런 아킨)를 찾고 의사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 꿈 속 상황을 하나씩 끄집어내게 한다.

영화는 직접적인 에로스를 다루기 보다는 꿈 속의 에로틱함과 "평정" 사이의 이야기를 유머와 함께 담고 있다. 의사와 환자는 우스꽝스러운 치료를 주고 받고 이들의 대화는 점점 기괴해진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The Dangerous Thread of Things)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하는 것들은 주제 "에로스"와 후기에 천착해왔던 "소외"의 사이에 있는 듯하다.

여름의 끝자락. 권태기의 부부 크리스토퍼(그리스토퍼 부숄츠)와 클로에(레지나 넴니)는 위기에 처해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은 없고 말다툼만 이어질 뿐, 마음 속에는 외로움과 공허함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리스토퍼는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한 여인과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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