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 새해소망]단국대병원 한시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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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인 새해소망]단국대병원 한시현 간호사
  • 병원신문
  • 승인 2013.01.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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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떠날 수 있는 환경조성, 성장과 내실 이루는 한 해 되길

 

▲ 한시현 단국대병원 감염관리팀 감염관리전문간호사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의 설렘과 함께 소원을 생각한다. 12월에서 1월로, 단순히 숫자만 바뀌는 것인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마지막 대사처럼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일 뿐인데,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새해소원을 빈다.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온다. 2013년 새해 소원인 무엇이냐고?... 난 주저없이 “2012년처럼 여행가게 해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나의 대답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거나 철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보통 많은 사람은 건강이나 안위, 경제적 여유, 또는 시험 합격 등이 새해 소원인데, 여행이라니 그저 한량처럼 아무 걱정도 없이 살아가는 철부지의 소원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나름 섭섭하다.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모든 것이 안녕해야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무엇보다 시간적 안녕이다. 의료기관 관련 평가와 같은 업무와 겹치면 장기간 시간을 비우기 어려운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어, 3년 여 동안 준비한 JCI인증을 최종적으로 통보받은 지난 해 6월이 되어서야 떠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경제적 안녕이다. 누군가에겐 절대적일 수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나에겐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나의 부모님과 병원에 감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심리적 안녕이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 다른 피부색깔을 가진 사람들, 다른 언어, 대중교통, 그리고 음식 등과 접하는 것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은 현실에서 만나는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벗어나기 위해서 한다”고 했지만, 이것 또한 심리적으로 건강해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울 수 있는 용기, 비운 공간을 비운 공간으로 남길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다른 색감으로 채울 수 있는 용기는 심리적 건강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우연치 않게 2012년에는 한동안 병원업무로 바빠서(핑계지만)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바겐세일 하듯 한꺼번에 다녀왔다.

마다가스카르, 남프랑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함께 하고자 했던 지인들의 초대와 응원 덕분이었다. 설렘과 불안 한 스푼씩 섞어 출발한 여행은 진한 향기와 알 수 없는 그리움을 남겼다.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저녁노을과 바람, 바오밥 나무 안에서 떨어지는 저녁노을, 남프랑스 시골의 여유와 자유 그리고 해변의 한가로움, 몬주익 언덕에서 바라본 사그라마 파밀리에 성당의 편안함 등 잔향이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2013년 새해 소원이 이루어지기 위해 그 잔향들이 16년간 근무한 나의 병원과 환자에게도 남아 편안함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언론에서나 주변에서 다들 2013년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전망보다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가 근무하고 있는 단국대병원만큼은 환자와 지역사회에 조금 더 다가서고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병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떠나고 돌아오는 여정에서 채운 것이 있다면 '지금 아니면 안 된다!', '모든 것이 다 같을 수 없다!'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난 또 다른 떠남을 계획하고 있고 그 여행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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