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 새해소망]가천대 길병원 정주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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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인 새해소망]가천대 길병원 정주현 교수
  • 병원신문
  • 승인 2013.01.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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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에 사랑 전하고 그들로부터 따뜻한 온정을

 

▲ 정주현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의과대학 subintern을 시작으로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Staff 까지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생활한지가 어느덧 11년이 됐습니다.

내년이면 12년째가 되겠네요. 흔히 쓰는 '몸담고'라는 표현보다 '생활했다'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치열한 시기를 병원을 집 삼아 보내왔기 때문인 듯 합니다.

2012년이 다 지나가고 2013년을 바라보는 지금 문득 그동안 병원에서 지내왔던 시간들을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좋은 의사, 좋은 교수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환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27세의 베트남 청년 투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투안을 처음 만난 건 기독교 신우회에서 하고 있는 남동공단 의료봉사에서였는데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아 베트남어 사전을 찾아가며 의사소통을 했었습니다.

여러 번 베트남어 사전을 뒤적이고 신체검사를 한 후에 만성 편도염을 진단할 수 있었고 이후 우리 병원에서 길병원 기독교 신우회의 도움으로 편도적출술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편도적출술 정도는 아주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지내고 있던 중 투안을 소개한 분으로부터 서툰 한글로 쓴 편지를 한통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목이 아파서 힘들었는데 목도 전혀 안 아프게 되었고 한국에서 돈도 조금 모으게 되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바쁘게 생활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잊고 살 때가 많지만 이런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복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우리 병원은 남동공단에서도 가까워서인지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와 타국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옵니다.

올 한 해는 투안과 같이 한국의 따뜻한 마음과 의료서비스를 느끼고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있기를 원합니다.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은 참 따뜻한 곳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 기억 속에 제가, 또 우리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족들이 자리 잡기를 원합니다. 내년 한 해는 소외된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고, 우리 또한 그들로부터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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