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허용, 의료계에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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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허용, 의료계에 뜨거운 감자
  • 김완배
  • 승인 2005.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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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득실따라 찬반 엇갈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제도 도입해야
의료기관에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문제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영리법인 허용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의료시장 개방과 맞물려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현안이나 의료계나 정치권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이해득실의 계산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앞으로 찬반양론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영리법인 허용 가능성은 최근 정부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의 하나로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유휴자본 참여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면서부터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영리법인 허용이란 직접적인 표현대신 ‘민간 유휴자본 참여’란 애매한 화법으로 표현되면서 민간유휴자본 참여 활성화가 영리법인 허용을 의미하는 것이냐부터 해석이 분분하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영리법인이 허용될 경우 도입형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도입형태에 따라 각급 의료기관 종별이나 설립주체별로 이해득실이 다르기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주식회사형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의료기관들은 지분을 매각, 투자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법인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 투자자들이 투자의 우선순위를 투자자금의 원리금 회수에 무게중심을 두게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는 이른바 우량 대형병원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 대형병원에 투자자금이 집중될 경우 투자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소규모의 병원들은 투자여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밖에 없어 병원들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주식회사 형태는 투자에 따른 과실, 즉 이익금을 일반 주식회사에서처럼 투자자에게 나눠주게 될 경우 투자대상 의료기관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이익 부풀리기에 나설 우려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또다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한 이익배분에 나서게 되면 자칫 부실경영으로 이어지게될 우려도 점쳐진다.

여기에 대형 우량 병원들이 투자자금을 싹쓸이하게 되는 경우 투자유치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규모의 병원들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영리법인의 또다른 가능성은 유사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생명보험회사들이 영리법인을 운영하게 되는 상황을 고려볼 수 있다. 이같은 형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선 보편화된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간 의료보험 시장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의료계 주변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험회사들이 자사의 상품판매를 위해 영리법인을 운영하는 것은 얼핏 당연한 상황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의료가 보험사에 종속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이미 건강보험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났듯 진료비 심사와 지급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수익률을 감안, 시간이 흐를수록 삭감을 통해 의료를 통제하려 나설 것이고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에서 나타났던 적정진료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료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또한 보험사별로 병원군을 형성함으로써 각급 병원별로 보험사를 상대로 한 유치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들은 경쟁력있는 병원들을 자사 상품권안에 유치하기 위해 병원별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형병원별로 프랜차이즈를 형성하는 것도 영리법인의 한 도입형태로 점쳐볼만 하다. 대형병원이나 경쟁력을 갖춘 우량 병원들이 전국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나설 경우 또다른 의료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영리법인 문제는 앞으로 대선과 맞물려 미묘한 기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선 의료시장에 앞서 영리법인을 허용, 국내 의료서비스산업에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점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는 반면, 대권 주자가운데 한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영리법인 허용으로 저소득층의 반발이 있게되면 정치적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어 결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료계 주변의 관측이다. 때문에 영리법인 허용보다는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참여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관관련, 의료계도 영리법인 허용을 반기는 쪽과 우려하는 그룹으로 나뉘고 있다. 대형 병원이나 중소병원 중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병원들은 내심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일부 경쟁력 없는 병원들은 새로운 형태의 영리법인 진입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영리법인 도입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법인 병원에 있다"며 "일본의 경우 지분있는 법인과 공익법인(특별의료법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즉, 개인병원의 경우 영리법인 도입 전이나 도입후나 영리추구나 세금 등 별반 달라질 것이 없지만 의료법인은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현재 의료법인 형태로는 영리를 추구할 수 없으며 경쟁력도 갖기 어렵고, 그렇다고 영리법인으로 전환시켜주기엔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병원의 경우 시장경쟁 원리에 따른 경쟁을 통한 의료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병원은 의료보호 등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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