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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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미래를 꿈꾼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2.02.2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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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우, 대학·직장 생활 나서
강남세브란스병원, 축하식 및 500례 기념식 개최

자신의 힘으로 걷는 것은 물론 호흡근육 약화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생명마저 위협받던 환우들이 새로운 삶을 향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특수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12명의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우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소장 강성웅)은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우 및 가족들을 초청해 2월24일 오후 병원 대회의실에서 대학 입학·졸업 축하식과 함께 호흡재활 성공 500례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환우 12명의 가족들과 오늘의 자리가 있기까지 헌신한 의료진과 후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큰 박수와 환희의 목소리로 서로를 축하했다. 또한 평상시 호흡재활 환자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탤런트 김석훈 씨도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환우는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각자 서울대, 연·고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의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재학생 또는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어 그 가족의 감회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주체 못하는 몸을 휠체어에 묶고 부모님이 한 장 한 장 넘겨주는 책을 보면서 노력해 3월에 아주대 새내기가 되는 ‘고두호’ 씨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관이 되고자 2월에 사법고시를 본 서강대 재학생 ‘김영관’ 씨 △심리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서울대 재학생 ‘하태우’ 씨 △미래의 CEO로서의 꿈을 펼칠 아주대 졸업예정자 ‘배선우’ 씨와 ‘한정훈’ 씨 △이미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진석’ 씨 △연세대 모교 연구소에서 장애우를 위한 컴퓨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신형진’ 씨 등 모두가 이날의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이들이 오늘의 자리에 있기까지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인 강성웅 교수의 역할이 컸다. 강 교수는 지난 2000년 국내최초로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 중증 척수손상 환자들을 위한 ‘호흡재활치료’를 도입, 이들 환자들이 호흡근육 약화로 커다란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해 숨을 쉬며 생명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호흡재활치료를 통해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명유지가 힘든 이들 환자들에게 자가호흡이 가능해져 외출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가지는 것에 동료 의사들도 초기에는 회의적이었다”며 “환자 본인의 굳은 투병의지와 헌신적인 가족들의 사랑이 기적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도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을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의 병으로 여기는 사회적인 편견과 무관심의 벽이 너무 높다”며 “오늘 이 자리에 온 열 두 명의 환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며 사회의 부담이 아닌 사회의 한 구성으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이 얘기는 ‘신형진’ 씨의 ‘희망의 메시지’ 행사 순서에서도 압축돼 표현됐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몸이기에 눈동자로 반응하는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 자신의 말을 컴퓨터 음성으로 표현하는 신형진 씨는 강성웅 교수를 만나 호흡재활치료를 받음으로써 지난해 2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으로서 첫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는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혀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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