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 육아, 조부모 건강이 위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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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 육아, 조부모 건강이 위협받는다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1.07.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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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북부노인병원, 6개월에 한번 정기검진 권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자녀 양육을 조부모의 손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에게 손을 빌릴 수 있겠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아 아이양육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여의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주영래 씨(35세,남)는 혼자서 가정경제를 이끌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선택하고, 생후 9개월 된 어린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뉴스로만 전해 듣던 ‘수족구병 감염’이 우리 딸에게까지 전염되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렸어요."

"일주일정도 수족구병을 앓다가 완쾌가 돼서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지만, 또 다른 전염성질병에 노출될까 두려워 아예 부모님의 손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주씨 처럼 경제활동 등을 이유로 조부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젊은 부부들이 늘고 있다. 조부모들도 손녀딸 보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자녀들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짐’을 떠안는다.

재롱떠는 손녀를 보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귀엽고 예쁘기만 해야겠지만,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온종일 아이를 보는 것이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할 리가 없다.

손녀딸을 돌보는 박모씨(60세, 여)는 “말도 못하는 손녀딸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느니 내가 조금 힘들어도 내손으로 키워야 안심이 된다. 그러나 60년 이상 꾸준히 지켜온 생활패턴이 하루아침에 손녀딸의 생활리듬에 맞춰야 하니 처음에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는 것도 제때 못 먹어 하루를 제대로 버티기도 힘들었다.”고 하소연 한다.

■ 숙면 부족, ‘불면증’,‘소화기질환’ 발생

돌 이전의 아이를 키우는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숙면’이다. 아이가 2~3시간 마다 분유와 이유식을 찾고, 한번 잠이 들어도 3~4시간이상 긴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면을 유지할 수가 없다. 또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쪽잠을 잘 경우에는 미뤄놨던 집안일을 하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더 바쁜 시간을 보내기 일쑤.

결과적으로는 밤동안의 숙면보다는 쪽잠으로 수면을 대체하다보니, 수면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만성피로감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식욕저하로 입맛도 잃게 되며,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챙기기 어려워져서 소화기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면장애나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발생하는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별히 균형잡힌 영양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소화기 장애 등으로 입맛을 잃더라도 ‘죽’이나 간편식 등을 이용해 가급적 제때 식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한꺼번에 몰아서 폭식하는 것보다는 적은 양의 식사를 여러 번에 나눠서 하는 것이 소화기 질환의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

■ ‘캥거루 할머니’ 근골격계 질환 비상

육아를 담당하는 노인여성들은 아이를 품에 안을 일이 많아 캥거루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한다. 이런 ‘캥거루 할머니’는 하루 3~4시간 이상 아이를 앉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손목, 어깨, 허리, 무릎, 허리 등 관절이 있는 곳은 모두 손상이 가기 마련.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는 최대한 몸을 낮은 자세로 해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손목이나 허리의 힘으로 안기보다는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이용해 안아줘야 관절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 다는 것. 이와 함께 아이를 안기 전에는 항상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통해 적당히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쎄라밴드(탄력 고무밴드)를 활용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바벨을 활용해 팔목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조손육아 우울증’ 조심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집안에서만 생활해야하는 장마철에는 하루를 집안일로 시작해서 집안일로 마무리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평소보다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쉽게 짜증이 나며 사는 것이 창살 없는 감옥살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앓는 산모처럼 ‘조손 육아 우울증’을 앓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와 달리 기분동요가 심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며, 이유 없이 초조해지거나 불안해지는 일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조손 육아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겠다.
‘조손 육아 우울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리듬의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며, 아이가 자는 시간에 5~10분정도 명상과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유사한 환경의 이웃집을 방문하거나 지인과 만나 동병상련의 대화를 하는 것도 우울감을 덜어주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은 “조손육아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소화기질환, 근·골격계질환, 불면증,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면서 “평소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망가지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만성질환이 더욱 악화 될 수 있으므로 6개월에 한번 정도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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