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호킹, 사회에 첫 발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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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호킹, 사회에 첫 발 내밀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1.03.02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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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신형진 씨, 강성웅 교수 도움으로 대학 졸업
28일 졸업장 및 특별상 받아

▲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신형진 씨가 연세대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장과 특별상을 수여받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척수성근육위축증’(SMA)으로 투병 중인 신형진 씨(27세)가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9년 만에 졸업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신 씨의 졸업은 절망적 상황에서의 삶의 고비를 넘어서며 이뤄진 것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옆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가 있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신 씨는 대학 학업을 위해 안구의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특수 컴퓨터를 이용해 자판을 치고, 실습과제를 처리하는 등 동료들보다 몇 십 배의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했다. 그 어머니 이원옥 씨(65세) 역시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 넓은 캠퍼스의 각 강의실을 찾아다니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정성을 쏟아왔다.

이 같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자는 당당한 대학 졸업자로 사회의 일원으로 서고자 하는 소망을 이어왔던 것.

그러던 중 신 씨는 지난 2004년 7월 친지 방문 차 미국에 갔다가 급성 폐렴이 생겨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고, 18개월 넘게 병상을 지키는 어머니와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병상에서 삶을 마칠 수도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때 주변으로부터 ‘호흡재활치료’ 관련 국내 유일의 전문가인 강성웅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를 권유 받고 찾아가게 됐다. 이후 강 교수와 근육병환자가 인공호흡기 도움 없이 자가 호흡하도록 하는 호흡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5개월 후인 2006년 8월 어머니와 작은 목소리로나마 말할 수 있게 됐다.

강성웅 교수로부터 집중적인 관리를 받으며 9월에는 다시 복학해 한 학기마다 수강 과목을 늘려가면서 입학 9년 만에 졸업학점을 다 취득하고 드디어 2월 28일 영예의 학사모를 쓰게 됐다.

졸업식에서 신 씨는 이러한 꺾이지 않는 학업 열로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의 특별상을, 특히 아들의 졸업을 가능케 한 어머니 이원옥 씨는 연세대학교에 학적이 없는 이로서는 처음으로 ‘명예 졸업장’을 수여받고, 방우영 연세대 이사장과 김한중 총장을 비롯한 많은 대학 보직교수들의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받았다.

한편, 아들 형진씨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 이원옥 씨는 강성웅 교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후원기금 1억원과 호흡재활치료가 널리 알려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내용의 자필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에는 ‘교수님, 형진이가 드디어 대학을 졸업합니다. 정말 꿈이 이루어지고 하늘의 별을 따오기보다도 어려울 것 같은 졸업입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어왔는지…… 교수님을 못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머리에 ‘호흡재활’이라고 띠라도 두르고 홍보하고 싶습니다. 호흡재활치료를 통해서 많은 환우들의 삶이 편안하고 좋아지기를 간절히 빕니다.’라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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