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광동 우황청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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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광동 우황청심원
  • 최관식
  • 승인 2004.1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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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모델을 쓰지 않고 회사 대표가 직접 나와 광고하는 회사. 그 대표가 30년이란 기간동안 고집스레 직접 원료를 골라왔다는 바로 그 약 "광동 우황청심원".
30년 최씨 고집으로 우황만큼은 직접 손으로 고른다고 말하는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이 1973년부터 나름의 비법으로 우황청심원 제조에 참여하면서 순식간에 시장 선도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원료에서부터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의 철두철미한 질관리와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황청심원은 예로부터 "기사회생(起死回生)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예방은 물론 스트레스와 경련 등 위급한 상황의 환자들에게 뛰어난 약효를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이 도입된 지 100년의 역사가 흐르면서도 우황청심원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경험적으로 효능이 증명돼 왔기 때문이란 게 제약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우황청심원은 중풍으로 인한 의식장애, 언어장애, 운동장애와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고혈압, 각종 시험이나 긴장을 동반하는 정신 불안증, 심계항진,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인사불성, 호흡곤란, 급만성 경풍(급성 또는 만성으로 어린아이들이 경련성 증상을 일으키는 것)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황청심원이 중국에서 건너 온 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나 우리나라가 원조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문헌을 살펴보면 중국 당대에 신라 문무왕이 우황을 조공품으로 보냈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말년에 사경을 헤매다가 우황청심원을 복용하고 살아났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던 약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가의 희귀원료가 필요한 점 등으로 인해 과거에는 왕족 등 소수의 특권계층만이 이를 접할 수 있었다.
가까운 예로 조선 후기 북학파였던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고종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뒤 쓴 "열하일기"에는 연암이 중국으로 가는 길에 한 노인에게 우황청심원을 주고 서책을 건네받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또 다른 조선 후기 실학자인 홍대용은 북경에 갔을 때 서양문물을 배우기 위해 독일 선교사를 만나보려 했으나 문지기의 제재로 일이 어렵게 되자 우황청심원을 선물로 주고 뜻을 이뤘다고 한다. 독일 선교사 역시 우황청심원을 전해 받고는 맨발로 뛰어나와 환대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황청심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 만점의 명약이었던 셈이다.
우황청심원은 조선조 광해군 5년(1613년) 허준이 당대의 석학들과 함께 엮은 "동의보감"에서 처방법이 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황청심원도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제조법이 나타난다. 일정한 처방에 따라 다른 약재와 조합한 약재, 즉 복방이 태어난 것이다.
청심원의 주원료는 소의 담낭에서 병적으로 형성된 결석인 우황과 사향노루의 사향낭에서 얻어진 흑갈색의 재료인 사향 등 30여가지 약물로 이뤄져 있다.
동의보감에서 처방되는 우황청심원은 우황과 사향을 각각45㎎과 38㎎씩 넣은 원방제제였다.
그러나 1985년 당시 보건사회부 약효재평가사업에서 동의보감의 기본 처방인 주사와 서각, 석웅황 등 3개 성분이 삭제되고 종류도 처방성분의 함량에 따라 원방, 반방, 경험방(변방)으로 분류된다.
반방은 우황 23㎎과 사향 19㎎을, 변방은 우황 14㎎과 사향 5㎎을 각각 넣어 처방한 것이다.
1996년 10월 발효된 "멸종위기야생희귀동식물보호조약(CITES)"에 따라 천연사향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오늘날 출시되는 우황청심원은 대부분 변방제품이다.
또 1990년을 전후해서 복용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 전통적인 환제가 아닌 액제로 제형도 다양화됐다. 액제는 제제기술을 한 단계 높여 과학화시킨 것으로 유효성분이 완전히 추출·용해됨으로써 체내흡수율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광동제약은 사향가격이 급등하는 데다 원활한 수급이 어려워질 것이라 내다보고 사향을 대체할 재료를 찾기에 이른다.
그 대안으로 사향고양이의 항문 부위에 있는 향선낭에서 추출한 천연물질 "영묘향"을 찾아냈다. 약효는 천연사향을 능가한다는 것이 광동제약의 주장이다.
영묘향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천연사향과 거의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CITES가 발효되면서 광동제약이 대체품목으로 개발에 착수한 일종의 "묘수"였다.
영묘향은 사향고양이의 항문부위에 해당하는 향선낭 개폐가 가능해 채취 시 동물을 살상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인공사육이 가능한 특징으로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수백억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동제약은 영묘향에 대한 자체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의 검증을 목적으로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에 독성시험 및 효력시험을 의뢰하게 됐다.
그 결과 독성시험에 있어서는 무독하며, 특히 혈압강하작용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 본격적으로 사향대체개발을 추진했다.
그 이후 정확한 재검증을 위해 2000년 9월부터 2001년 4월까지 151명의 고혈압환자와 92명의 뇌졸중환자를 대상으로 경희대 한방병원과 공동으로 사향함유 우황청심원과 영묘향 함유 우황청심원의 비교효력 임상을 실시했다.
임상시험 결과 두 물질간의 약효동등성 및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독성 및 효력시험, 임상시험 결과 혈압강하 효과가 탁월하고 뇌졸중 환자의 증상 호전 상태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새로운 개념의 우황청심원 개발을 완료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광동제약은 현재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근 마시는 비타민C "비타500"으로 다시 한 번 약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우황청심원 시장에서 보여 준 저력과 끈질긴 근성이 다른 분야에서 발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광동제약이 또 어떤 분야에 도전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최관식·cks@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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