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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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미스트
  • 이경철
  • 승인 2008.01.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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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살린 사이언스픽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을 만들었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다시 스티븐 킹의 단편 "안개"를 영화화했다. 괴수 영화 또는 재난 영화이지만 스펙터클로 승부를 거는 흔한 블록버스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쉽게 든다.

영화 "미스트"는 인간의 오만과 횡포로 인한 결과물이 한 작은 마을에 재앙이 돼 찾아오는 상황을 묘사한다. 징그러운 형상의 괴물들이 스크린 위를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관객은 등장인물들이 최후를 맞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여기까지는 재앙에 맞서는 소시민의 영웅담을 그리는 여느 SF 블록버스터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괴수들의 모습은 자욱한 안개에 가려져 컴퓨터그래픽에 감탄할 겨를이 없고 딱히 앞세울 만한 멋진 액션 신도 없어 입이 딱 벌어지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관객으로서는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드라마에 취약한 보통 SF 블록버스터의 맹점을 여유 있게 비켜간다. 영화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홀로, 또는 정겨운 이웃들이 함께 힘을 모아 괴물들을 물리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그 대신 극한의 공포심에 우왕좌왕하다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개인들과 파벌을 갈라 아귀다툼을 하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우매한 선택을 하는 군중의 모습을 집중도 있게 그린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하고 결말은 과정보다 충격적이다.

호숫가에 있는 평화로운 마을 롱레이크. 밤새 강력한 비바람이 몰아쳐 데이비드(토마스 제인)의 집은 여기저기 파손되고 애써 작업해 놓은 일도 망치게 된다. 비는 그쳤지만 음침하게 안개가 낀 아침, 데이비드는 아내를 집에 남겨두고 어린 아들 빌리(네이선 갬블)와 변호사인 옆집 남자 노튼(안드레 브라우퍼)과 함께 시내의 마트로 향한다.

차를 몰고 가면서 데이비드와 노튼은 군인들이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을 본다. 마트에 도착해 물건을 고르던 중 피를 흘리는 동네 노인이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외치면서 뛰어들어온다.

마트 밖은 1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로 뒤덮인 상태. 사람들은 잠시 마트 안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다. 데이비드와 마트 직원 몇 명은 창고에 들어갔다가 거대한 촉수를 가진 정체불명의 괴물을 보게 되지만 마트 안의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괴생물체의 존재가 점점 뚜렷해지고 밤이 되면서 괴물들의 공격까지 받자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희생자 수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광신도인 동네 여자 카모디(마샤 게이 하든)가 "이 모든 것은 우매한 인간을 벌하려는 신의 뜻"이라고 끊임없이 외치면서 마트 안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진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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