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붕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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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붕대클럽
  • 윤종원
  • 승인 2008.01.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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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치유에 관한 청춘무비

독일의 문호 J.W.괴테가 "질풍과 노도의 시기"라고 칭한 청소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상처를 입기가 쉬운 시기다.

스스로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능란하지 못한 교우관계나 사제관계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일본영화 "붕대클럽"은 바로 이런 청춘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영화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덴도 아라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붕대클럽"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사연이 깃든 장소나 물건에 붕대를 감는 "치유행위"를 통해 각자의 정신적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자체는 일본 청춘영화 특유의 유치함과 만화적 감성이 물씬 배어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 자체가 이런 유형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혼한 엄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 고교 3학년 여고생 와라(이시하라 사토미)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 소중한 것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하루는 식칼을 다루다가 손목을 다쳐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 답답하고 야속해 병원 옥상의 난간에 올라가 "정말 자살을 한번 해버려"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때 이상한 오사카 사투리에다 요란스러운 옷을 입은 남자아이가 다가와 "츄리닝 속바지가 보인다"고 놀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뒤로 떨어진 와라는 디노(야기라 유야)라는 그 남자아이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다가 헤어진다. 그러나 그는 디노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거"라며 와라의 손목에서 풀어낸 붕대를 옥상 난간에 칭칭 감아매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디노를 잊어갈 즈음 와라의 여자친구 시오(간지야 시호리)는 남자친구에게 실연을 당한 아픔을 와라에게 호소한다.

시오를 달래주다가 문득 디노 생각이 난 와라는 시오가 실연당한 장소인 공원 그네에 붕대를 감고, 그 모습을 본 시오는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붕대를 감은 그네 사진을 찍은 시오는 그 사진을 기모(다나카 게이)라는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고 기모는 "붕대클럽"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와라 일행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사연을 의뢰받아 사연이 깃든 장소나 물건에 붕대를 감아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처음 한동안 "붕대클럽"은 순항을 하는 듯이 보였지만 이내 온 거리에 붕대를 칭칭 감아대고 다니는 이들의 행위는 경찰과 학교의 눈에 띄게 되고 인터넷에 "너희들이 하고 있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는 "악플"까지 올라오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거듭하던 디노는 어느 날 온몸에 폭죽을 감고 터뜨리다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붕대클럽"은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소재 자체는 색다르고 신선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한 명도 지적했듯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해당 장소나 물건에 붕대를 감는다는 발상 자체는 지나치게 유아적이고 동화적이어서 대중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듯이 보인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가 그렇듯이 "붕대클럽" 역시 일부 마니아 층의 관심을 받는 데 만족해야만 하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속단일까.

극중 디노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지난 2004년 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14세의 나이로 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아 화제가 됐던 배우다.

10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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