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삼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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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삼사라"
  • 윤종원
  • 승인 2004.11.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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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독일ㆍ인도ㆍ프랑스ㆍ이탈리아의 합작영화 `삼사라(Samsara)"가 3년여 만에 26일 지각 개봉된다.

화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오지 풍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명징하고 구도와 인과응보라는 주제도 뚜렷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영화를 더욱 낯설고 멀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관객과의 만남을 더디게 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배경은 해발 3천500m의 고원지대인 인도 북부 라다크의 한 마을. 호숫가를 따라 라마교 승려 일행이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동료 타시가 외부와 출입을 끊은 채 수행중인 토굴. 3년 3개월 3주 3일 동안 일명 면벽(面壁)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마친 그는 린포체(스승이라는 뜻)로부터 고위 승직을 하사받는다. 5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절에 왔다가 불문(佛門)에 귀의(歸依)한 동자승이 이제는 촉망받는 수도승이 된 것이다.

그러나 동진출가(童眞出家, 어려서 산문에 들어옴)해 고행까지 견뎌낸 몸이지만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을 수 없었던지, 아니면 전생(前生)의 인연을 끊지 못했던지 마을 축제에 내려갔다가 아름다운 처녀 페마에게 한눈에 반한다. 도반(道伴)의 만류도 그를 막지 못했고 여색(女色)을 호랑이나 뱀 본 듯하라는 부처님의 계율도 소용없었다.

페마도 운명처럼 다가온 타시를 거부하지 못한다. 결혼을 약속한 자마양이 있었지만 점쟁이에게 선택을 맡긴다.

환속(還俗)해 페마와 결혼한 타시는 평범한 산골 농부로 변신한다. 아들 카르마를 낳고 오순도순 살며 행복을 맛본다. 저울을 속이는 미곡 중개상 다와를 내쫓고 곡식을 직접 도시에 내다팔아 마을에 높은 소득을 올려주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 말고는 삶의 모습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 산골의 일상을 담담히 좇아가다가도 영화 막바지에 이르면 초반부의 굴절 못지않게 급격한 전환이 기다리고있다. 초반부에 암시한 영화의 주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다.

영화 제목 `삼사라"는 산스크리트 어로 윤회(輪廻)라는 뜻. 아들 이름 카르마는 내세의 응보(應報)를 결정짓는 선악의 소행, 즉 업(業)을 일컫는 말이다. 선불교(禪佛敎)의 공안(公案) 중 하나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에서 따온 배용균 감독의 영화 제목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처럼 불가(佛家)의 화두(話頭)를 빗대어 제목을 다시 짓는다면 `싯다르타가 집을 나간 까닭은"쯤 될까.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마르지 않을까"란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나름대로 지루함을 떨칠 수 있는 비결이다.

영화의 매력은 주제보다는 화면에 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연봉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늘빛 물을 가득 담은 호수,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고갯길, 자줏빛 승복과 낭랑한 염불 소리, 알곡을 털고 빻는 장면이나 실을 뽑아 피륙을 짜는 모습 등은 한번쯤 이곳을 여행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페마 역의 중리티(鍾麗제<絲변에 是>)가 펼치는 농염한 섹스 신도 풍경 사진처럼 느껴진다.

인도 출신의 판 날린 감독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고산지대에서 15개국에서 모여든 스태프들과 영화를 찍느라 고행을 거듭해야 했다고 한다.

주인공 역의 숀 쿠는 뮤지컬 배우 출신의 신인이며 미곡상 다와 역의 락파 테링은 인도 남부 방갈로르의 수공예품 가게 주인. 페마를 빼앗기는 자마양 역의 켈상 타시와 타시의 도반 소남으로 등장한 자마양 진파도 현지에서 캐스팅한 실제 농부와 라마승이다.

상영시간 138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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