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무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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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무도리
  • 윤종원
  • 승인 2006.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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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무도리

"무도리(無道理)"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길이 없는 마을", 그리고 "도리가 없는 마을". 영화의 무대인 첩첩산중 무도리는 실제로 눈이 많이 오면 들어갈 길 막막한 마을이다. 이곳은 동시에 남의 불행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 마을 터줏대감인 봉기(박인환 분), 해구(최주봉), 방연(서희승) 등 노인 3인방은 마을로 몰려드는 자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한다. 무도리에는 낮에도 안개가 휘휘 돌면서 아래로 떨어지게끔 사람을 홀린다는 "도깨비골"이 있는데, 이곳이 한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유명해지면서 순식간에 "자살 명당"으로 소문이 난 것이다. 이곳에 초보 방송작가 미경(서영희)이 특종을 노리고 잠입해 온다.

노인 3인방 역시 처음에는 자살자의 출현에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사례로 남긴 돈맛에 취하면서 자살을 독려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에게 돈은 비록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을지언정 달콤한 것이다. 결국 이들은 동네 폐가를 단장해 자살하러 온 사람들을 위한 민박을 운영하기에 이른다.

MBC프로덕션의 드라마 PD로,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한 이형선 감독은 "허점 투성이의 순박한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려다 일어나는 어설픈 소동극을 그린 영화"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단 1%라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행복과 따스한 인간애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재는 참 매력적이다. "자살 명당"을 둘러싸고 스멀스멀 일어나는 욕망을 포착하겠다는 의도는 발칙한 재미를 준다. 좋은 블랙코미디로 탄생할 소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소재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화면은 시종 어수선하고 드라마는 길을 잃고 갈지(之)자로 걷는다. 감정과 드라마의 강약 조절에 실패한 탓에 생(生)과 사(死) 사이에 놓인 무수히 많은 메시지와 여운을 어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마저도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버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충분히 충격적일 수 있었던 반전 역시 가진 에너지를 부분적으로밖에 발산하지 못한다.

무도리는 실제로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지명.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름만 차용, 내용에 맞는 한자를 붙였다.

전국 230만 명을 모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MBC프로덕션과 싸이더스FNH가 손잡고 만든 HD영화 프로젝트.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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