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들의 업무 거부로 빚어진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중증 외상과 응급의료 분야가 제 역할을 해내며 의료대란 시국에 큰 혼란 없이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응급실에 인턴이 근무하면서 필요할 때 전문의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24시간 응급실에 상주하면서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들을 살려내고 있다.
국내 응급의학과 외상학을 도입, 오늘날과 같은 체계를 마련하는 데 크게 공헌한 주역은 바로 지훈상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이다.
외과의사였던 지훈상 전 대한병원협회장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외상학을 연수하면서 앞선 미국의 응급의료체계를 경험한 뒤 귀국 후 대한응급의학회 창립을 주도했고, 대한외상학회 창립에도 현저한 기여를 했다. 지금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제도권에 들어왔고 응급의학이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해마다 예방가능 사망률 등 응급의료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국내 응급의학이 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까지 지훈상 전 대한병원협회장의 역할은 지대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응급의학 분야가 전문화돼 있었지만 1980년대 우리나라는 응급의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했었다. 그는 강남세브란스병원(당시 영동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실장으로서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수준 높은 응급진료를 위해 응급의학의 제도화에 앞장섰다. 지훈상 전 대한병원협회장은 1989년 대한응급의학회 창립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대한응급의학회 창립에 헌신함은 물론 1997년 제5대 회장에 선출돼 국내 응급의학의 질적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또 중증 또는 다발성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1시간 이내에 주요 사망원인인 출혈을 막기 위한 수술 시행 여부가 중요한데, 그는 외상진료체계 확립을 위해 1985년 대한외상학회 창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며, 2000년에는 제8대 회장으로 취임해 외상학회의 질적 향상 및 국내 외상진료체계 확립을 주도했다.
2012년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장과 차의과학대학교 의무부총장으로 영입됐을 때는 취임 직후부터 병원 내 응급실 체제 개혁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응급실의 시설과 인력 보강을 위해 병원 경영진 설득을 통해 응급실 확장 예산을 확보해 기존 응급실을 두 배 규모로 확장하고 응급실 내 중환자실 구역을 별도로 만들었으며, 응급의학과 교수진을 두 배로 늘리고 응급실 수간호사 제도를 만드는 등 응급실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 개편작업을 주도했다. 또 소아 전용 응급실을 확장해 소아 응급환자의 발생 초기부터 궁극적 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아의 상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경기도 지역 처음으로 소아전용 응급센터를 마련하는 등 경기도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구축과 응급의료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응급의학과 외상학의 초석을 놓은 지훈상 전 병협 회장은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재직 당시 환자안전에 대한 표준 수립을 위해 국내 최초로 세브란스병원의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았다. 미국,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 유명의료기관에서만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JCI 인증을 토대로 연세의료원의 세계적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 환자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하고 있다.
역시 같은 시기에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기를 도입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이제 국내에서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기관이 됐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로봇수술기관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의료기관서비스평가에 대비해 의료QA에 관한 학문적·실제적 지원 등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창립된 한국의료QA학회 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의료의 질 향상과 관련된 연구, 실천, 학술활동에 크게 공헌했다.
또 대한외과학회 학회장을 맡았을 때는 학회 선진화와 통합화, 조직의 국제적 수준 확립 등 학회의 외형적·질적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빠듯한 대외활동에도 불구하고 학자로서 연구와 저술 활동 역시 소홀하지 않았다. 국·내외에 발표한 주요 논문은 ‘괴사성 출혈성 췌장염의 외과적치료에 관한 고찰’을 비롯해 총 49편에 이른다.
경영자로서 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영동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을 역임하고 2004년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취임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의 Health System’ 구축이라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고 성장잠재력 강화를 위한 교육·연구기능 강화, 고객이 인정하는 고품질 의료서비스 제공, 창조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준비라는 로드맵을 통해 연세의료원의 발전을 도모했다.
이를 위해 2005년에는 새병원의 성공적 개원 및 조기운영 안정화에 노력했으며, 2006년에는 고객서비스 혁신을 달성했다. 또 2007년에는 비용절감에 힘써 재정안정화에 기여했다.
더불어 고객서비스 혁신을 위해 서비스혁신 워크숍 시행(총3회), 접점지역 서비스모니터링 시행, 전직원 대상 CSA(고객만족아카데미) 상설강좌 운영, 설명간호사 제도를 운영해 고객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2007년에는 ‘소비자 웰빙지수(KWCI)’ 1위 달성과 글로벌경영대상 ‘고객만족경영부문’ 대상 수상 및 2008년 NCIS ‘혁신상’ 수상과 서비스품질 최고등급(AAA) 인증을 받았다.
교육·연구 기능 강화를 위해 의과대학 연구전략 수립 컨설팅을 실시했고,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직제를 개편했다. 또 교내연구비 지원을 확대했고, 임상연구교원 제도를 도입했으며, 임상시험센터 국제인증(AAHARP) 추진 등을 통한 글로벌 수준의 임상시험을 강화했다.
진료·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세브란스 새병원 개원에 크게 공헌했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별관 개원 및 본관과 신관 리노베이션을 단행했으며, 하드웨어의 성장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진료전문화 확대와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기 등 첨단의료장비 도입을 통한 첨단진료분야를 선도했다.
연세의료원의 대외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경영효율성을 제고를 통한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목표관리제도(MBO)’ 및 ‘교원성과관리제도’를 시행했고, ‘경영효율성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실시했으며, 홍보역량 강화를 위해 홍보관련 조직을 개편했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의 발전을 위해 암전문병원 개원을 준비했으며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건립과 송도국제병원 건립의 초석을 다졌다. 또 재활학교를 신축했으며 세브란스 산업보건의원의 신축을 준비했다. 더불어 지속성장을 위한 외형적 성장의 다른 축으로써 긴급재난지역 해외 의료봉사단 파견(남아시아 지진해일 의료봉사단 2차례, 파키스탄 지진 피해지역 의료봉사 파견 1차례)과 국내·외 의료선교 활동 강화,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개최해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와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크게 공헌했다.
또 매년 주기적으로 몽골국립대학 출신 의사들의 단기연수를 실시해 몽골 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으며, 이 공로로 몽골국립대학으로부터 명예의학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병원제도와 운영에 관한 연구 및 개선, 의사 및 병원종사자 등에 대한 수련교육의 향상을 통해 병원계의 발전과 그 사명을 완수함으로써 국민보건과 사회복지에 기여하고 인류번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병원급 의료기관의 법정의료단체인 대한병원협회 회장으로 2008년 5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재임했다.
병원계 발전을 위해 국내 병원의 녹색경영과 녹색성장 전략에 관한 제안서를 통해 병원계의 녹색성장전략을 제시했고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여부와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 활성화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정부 로드맵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 외에 병원장례식장 대책 마련, 간호등급차등제 개선, 수련보조수당의 현실화 등 병원계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안을 해결함으로써 병원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대한병원협회 회장 재임 시절인 2009년 신종플루엔자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발빠르게 대한병원협회 내에 대응본부를 설치해 신종플루엔자의 확산을 예의 주시하며 치료거점병원에 대해 필요한 사안을 적시적소에 지원함으로써 신종플루엔자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신종플루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병원협회를 적극 진두지휘해 병원계는 물론 의료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까지 긍정적으로 전환시켰다
대한병원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대한병원협회의 대국민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협회 역량강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이밖에 원자력의학원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사)어린이재단 이사,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Asian-Pacific Advisory Council Member,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 조직위원장, 뉴라이트 선한봉사센터 이사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훈상 전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197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3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1980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또 2003년 강남세브란스병원 병원장, 2008년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연세대 총장직무대행, 2010년 대한병원협회 회장, 2012년 차의과학대학교 의무부총장, 2016년 차의과학대학교 교학부총장을 역임했다.
미국외과학회 종신명예회원이자 미국외상학회 명예회원, 대한응급의학회 회장, 대한외상학회 회장, 대한외과학회 회장, 한국의료QA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의 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국내 의료체계의 밑바탕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설계자이자 병원경영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경영자로서 연세의료원을 오늘날 국내 굴지의 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는 역량을 발휘함은 물론 대한병원협회장으로 재직 당시 병원급 의료기관의 건실한 발전과 국민보건향상에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