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너마저?’…의협, 수원지방법원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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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너마저?’…의협, 수원지방법원 규탄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9.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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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사용에 무죄 선고
초음파·뇌파계 이어 엑스레이까지…경악과 분노 금할 수 없어
판결 빌미 삼아 한의계가 무면허 의료행위 시도할 시 ‘총력대응’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죄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수원지방법원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수원지방법원은 9월 13일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소식을 접한 의협은 즉시 성명을 내고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에 경악과 분노를 표현했다.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의료법에 반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실제로 2016년 1월 12일 故 김필건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골밀도측정 시연에서 ‘한의사가 골밀도를 측정하는데 아무런 어려운 내용도 없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20대 건장한 남성을 대상으로 골밀도를 측정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T-score가 ‘-4.4’로 나오자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한골대사학회 등 의학계 전문가들은 ‘50세 미만의 경우 T score를 적용하지 않고’, ‘발뒤꿈치가 아닌 엉뚱한 곳을 진단해 골감소증이라 판단한 점’ 등의 오류를 범했다고 판정했다.

당시 시연에 대해 의료계는 ‘아무 곳이나 대충 검사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 내용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으며 이 같은 골밀도 측정값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한 마디로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 전 국민에게 스스로 보여준 셈.

의협은 “의료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므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판결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명백히 무시한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법은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해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종전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결정, 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 결정 등).

그럼에도 수원지방법원은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해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것도 모자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됐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수원지방법원의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현장의 혼란과 국민보건상의 위해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향후 생겨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재판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협은 이어 “만약 한의사들이 판결을 빌미 삼아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의 우려를 증명하듯 같은 날 대한한의사협회는 ‘엑스레이 방식의 진단기기도 한의사 사용이 가능하다는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쳐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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