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의료공백 사태로 의사 늘린 일본,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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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의료공백 사태로 의사 늘린 일본, 현재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7.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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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이슈페이퍼’ 제59호 발간
의대 정원 1천명 가까이 늘렸지만 의사편재 해소 ‘난망’
한국과 일본 의사, 비급여제도 바라보는 시각 크게 달라

의대정원 증원 방법과 규모를 두고 정부와 의사협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미 15년 전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06년 나라현에서 임산부 진료거부 사건, 그리고 도쿄도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뇌내출혈을 일으켜 도쿄도내 8개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하다 뒤늦게 도립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제왕절개 3일 후 사망한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당시 의료붕괴 문제가 이슈화 됐었다.

일본 정부와 후생노동성은 2006년 ‘신 의사확보 종합대책’과 2007년 ‘긴급의사 확보대책’을 발표하며 의사 양성 확대에 나섰고, 2008년 ‘안심과 희망의 의료확보 비전’이 발표되면서 의사양성 확대 기조가 확립되면서 이후 연간 의대정원이 1천명 가까이 증가됐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7월 24일 ‘이슈페이퍼’ 제59호 ‘일본 의료제도의 발전과 현안 과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이규식 원장은 희연의료재단 김수홍 이사장 등과 지난 6월 말 일본의사회와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를 방문해 일본 의료체계의 변화 양상과 의사인력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슈페이퍼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이규식 원장은 일본의 경우 2007년 이후 의사 부족 및 진료과 편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15년이 경과한 지금 의사 수는 증가하고 의사가 자유롭게 진료과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은 이뤄졌지만 의사의 의식개혁은 이뤄지지 않아 진료과 편재 해소 문제 역시 미해결된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신과가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의사들은 미용 및 성형외과를 선호하고, 증가된 의사의 대부분이 병원에 고용돼 동네 주치의 기능을 담당할 의사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는 것.

일본은 의사 부족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이 어려운 의료낙후지역 등의 의료보장 강화와 지역주민복지 증진을 위해 47개 도도부현에서 공동으로 자치의대를 설립, 각 도도부현 별로 2~3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07년 100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223명으로 확대됐다.

또 의학부 입학정원도 임시정원을 매년 늘려 2007년 7,525명에서 2021년 9,234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로 늘렸다. 임시정원은 2019년 설치기한이 만료됐지만 2025년 이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정원 축소가 미뤄졌다.

이규식 원장은 이번 이슈페이퍼에서 일본의 비급여진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일본은 1961년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하고 1984년 ‘특정요양비제도’라는 제한된 혼합진료(급여서비스와 비급여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진료) 제도를 도입했고, 2006년 현재의 ‘보험외병용요양비제도’로 개편했다.

일본의 혼합진료는 선진의료(의료기술)와 의약품·의료기기·재생의료 등 제품의 시험에 관한 진료, 약사법 승인 후 보험등재 이전의 의약품·의료기기·재생의료 등의 제품 사용, 약가기준등재의약품의 적용 외 사용, 보험적용 의료기기·재생의료 등 제품의 적용 외 사용 등을 규정한 ‘평가요양’과 미승인의약품 등을 사용하고자 할 때 필요한 ‘환자신청요양’ 그리고 차액 병상과 치과의 합금금, 시간 외 진료, 대형병원의 의뢰서 없는 초·재진, 제한 횟수를 초과하는 의료행위 등을 규정한 ‘선정요양’ 등으로 구분된다.

이규식 원장은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서비스나 의약품의 원가를 토대로 가격을 고시, 초과이윤을 얻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혼합진료를 통해 의료를 영리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비급여서비스 제공을 공인해 혼합진료를 일반화시킨 것과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비급여의 허용은 결국 이윤을 위해 의료를 영리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영리화는 민간병원뿐만 아니라 공공병원까지 확산돼 지역별, 전문과별 의사의 편재는 물론 응급의료망의 훼손과 같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혼합의료를 전면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의사회는 의료가 영리적 틀로 접어들 것을 우려,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한다.

이에 대해 이규식 원장은 “일본의사회는 의료를 교육과 같이 ‘공공재’로 믿기 때문에 의료가 이윤 획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규제개혁을 핑계로 혼합진료의 전면적 실시를 주장할 때 일본의사회가 이를 막은 것은 일본 의사들의 윤리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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