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C 주제발표Ⅰ]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헬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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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 주제발표Ⅰ]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헬스 시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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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헬스 시대(1)
할란 크럼홀츠 예일대학교 CORE 센터장
할란 크럼홀츠 예일대학교 CORE 센터장.
할란 크럼홀츠 예일대학교 CORE 센터장.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2년,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투자자이자 미래 예측을 자주 하던 Vinod Khosla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Health Innovation Summit’에서 미래에는 의사 80%를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의 유명한 연설을 했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헬스 기술이 대규모로 도입되는 시발점에 서 있다.

알고리즘이 의사들을 하루아침에 대거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업무의 성격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의학은 이제 기술과 데이터 사이언스가 얽힌 정보 과학이 돼가고 있다.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한 ‘세균이론’ 만큼이나 잠재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통해 연구와 임상 치료의 방식은 놀랍게 변화할 것이다.

한국 속담에 ‘김치국부터 마시지말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이 말은 ‘예상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이 속담은 치료 개선을 위해 고안된 새로운 디지털 제품들의 실제 성능이 입증될 때까지는 섣불리 모든 것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로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경험을 할 것이고, 치료 결과도 개선될 것이라고 믿지만,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디지털 헬스를 ‘모바일 보건(mHealth), 보건 정보기술, 웨어러블 기기, 원격보건 및 원격의료, 개인 맞춤형 의학과 같은 범주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또한 ‘디지털 보건 기술은 연산 플랫폼, 연결성, 소프트웨어, 센서를 보건의료 및 관련 용도로 사용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는 3차 및 4차 산업혁명의 일부로 의료 및 공중 보건에 적용된다.

3차 산업혁명은 전자 정보 기술을 활용해 기계와 시스템을 연결, 지능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및 생물학적 영역 전반에 걸쳐 첨단 기술을 융합한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디지털 기술이 모든 시스템에 통합돼 사회와 경제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기술 채택으로 자동화가 가능해져 업무 흐름이 바뀌고, 데이터 수집 메커니즘도 변화돼 시야를 확장시켜 주며, 디지털 데이터 흐름을 사용해 데이터 분석이 이뤄져 지식이 확장된다.

보건의료 부문 종자사들은 디지털 헬스에 대한 관심이 충만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이용 가능한 소비자 건강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요 앱 스토어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앱이 지난해에만 9만개가 추가돼 35만개 이상이다.

이 같은 앱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웰빙을 위한 것이지만, 특정 건강 상태에 맞춘 앱도 증가하고 있다.

주요 분야는 정신건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이들 앱 중에는 인기가 많은 것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앱 중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5천회 미만인 앱이 83%인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다운로드 수의 1%도 안 된다.

반면 1천만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은 110개로 이들은 전체 다운로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 중에는 미국에 기반을 둔 환자 교육용 앱인 ‘WebMD’와 저렴한 약값 검색을 도와주는 ‘GoodRx’ 등이 포함됐다.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인도네시아 정부 앱인 ‘Mobile JKN’, 내원 예약을 도와주는 터키 정부 앱인 ‘MHRS Mobile’도 있으며, ‘1mg’은 인도에서 개발한 내원 및 약제 자택 배달 서비스 앱이다.

인기 있는 디지털 헬스 앱은 시스템 기능을 개선하거나 환자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결과값을 직접 개선하지는 못 한다.

이에 소비자 앱을 넘어 소비자 웨어러블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기를 통해 전통적인 보건의료 환경 안팎에서 진행되는 환자 모니터링 능력이 증강되고 있으며 새로운 디지털 바이오마터가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웨어러블을 통해 집에서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러한 원격 모니터링 및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임상 치료와 임상 연구에도 포함된다.

디지털 치료제 및 치료 도구도 급증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은 디지털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관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헬스에 대한 관심은 증폭됐고 병원을 벗어난 장소에서도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FDA는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규제 요건을 완화했고 원격 보건의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의료비 정책을 수정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재택 치료를 받는 환자로부터 시작했으며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전체 제품군이 움직였다.

제품군에는 디지털 치료제, 소비자 웨어러블, 생체 센서, 스마트폰 카메라, 원격의료 방문 및 웹 기반 상호 작용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보건 분야에 디지털 혁신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금조달 규모가 140억달러를 넘어섰다.

디지털 변환을 활용하려는 열기가 뜨거운 데는 이유가 있다.

이 혁명은 의학계의 집단 지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상호 교류를 할 때마다 더욱 똑똑해질 것이며, 그렇게 확보한 지혜는 환자를 위해 활용할 것이다.

실제로 구글, 애플, 아마존, 삼성 등은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을 개선하고 있고 모든 상호작용을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이들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선호도를 파악, 포괄적이고 밀도 높은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편리한 곳에 찾아가 불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없애고 재설계를 통해 많은 정보, 서비스, 제품을 제공한다.

기술 및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 편의성, 업무흐름이 개선됐고 이는 의료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는 쉽지 않고 의학 시장에서는 혁신을 이루기가 만만치 않다. 기존 시스템에서 번창잔 제도권과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은 거부할 수 없을 것이고 이미 대세가 됐다. 단, 변혁의 목표는 더 건강한 삶 및 개선된 보건의료 서비스여야 한다.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기술의 매력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대중, 사회를 위해 그 기술이 무엇을 해줬는지 또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다.

원대한 주장에 취해 실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기술이 같지 않고 제품, 적합성, 영향력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가 있다.

아울러 아무리 뛰어난 기술일지라도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디지털 헬스에는 난제들이 많지만, 업체들은 갖가지 주장을 펼친다.

어떤 웹사이트에서는 ‘임상 결과 개선, 신속한 보험 적용, 비용 절감,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하나도 없다.

즉, 디지털 헬스에서는 장점에 대한 주장이 넘치지만 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자의 경험과 결과값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는 결과에 집중해야 하고 새로운 것이 현재보다 더 나은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줄 때까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스스로에게 ‘이 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해 주는 것인가’, ‘의도하지 않던 부작용은 없는가’, ‘ 편견 때문에 특정 집단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현장은 상당히 역동적이지만 많은 제품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다.

의학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것을 고대하지만,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

환자 및 보건의료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같은 최종 사용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솔루션의 신뢰성과 표준 준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FDA는 혁신을 평가하는 데 쓸 수 있는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고 ‘의료 기기로서의 소프트웨어’ 즉, SaMD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임상 평가에서는 유효한 임상 연관성, 분석적 검증, 임상 검증을 구분한다.

유효한 임상 연관성을 해당 제품이 임상 적응증과 관련된 정보를 생성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다음 단계인 분석적 검증은 소프트웨어가 입력값을 올바르게 처리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밀한 출력 데이터를 생성하는지 여부를 보는 것인데, 여기서는 정확성과 신뢰성 및 정밀도에 중점을 둔다.

이어 임상 검증 단계에서는 제품들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춰 제품의 출력물이 모집단을 위해 의도된 목적을 달성하는지를 민감도와 특이도 위주로 살펴본다.

여기에 더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성능 저하를 방지한다.

검증은 제품 설계 시 목표로 한 대상군에 속하는 다양한 환자들이 참여해 해당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 및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진행돼야 한다.

의료계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결과에 기반한 검증이다.

정보가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지, 의도했던 임상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떠나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문제는 증거의 품질이다.

임상적 영향에 대한 증거가 없는 제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연구의 일부만 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출판편향’이라 부른다.

연구진들이 긍정적인 결과 또는 본인이 세운 가정을 증명하는 연구만을 보고하는 경향인 ‘출판편향’은 의학 분야의 풍토병과 같다.

실제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구진은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 과정 및 결과를 절반만 보고하고 나머지 절반은 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디지털 헬스 영역에서 더 심해질 것이다.

디지털 헬스에서는 새로운 접근과 더 나은 증거가 필요하며 특히, 개발자들이 제품을 출시하고 난 이후 시점의 증거가 필수적이다.

수정이 가능하고 재현성이 있어야 하며 신속한 학습이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연구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삼성, 아마존은 의학에서 하는 무작위 임상 시험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효율적이며 간단하고 신속히 진행할 수 있는 수행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배운 점을 비스니스 모델에 적용한다.

의학의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는 지식 생성 및 임상 시험의 전통적 모형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실제 환경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검사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제품은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약물과 같은 고정 제품과는 다르다.

개발자가 쉽게 수정해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행동 변화를 지원하며 호의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한 평가는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이 없다는 결론 또는 확신이 들 때까지 해야 한다.

부정적인 결과라도 제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것을 배울 수도 있으니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그냥 버려서는 안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을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속담처럼 디지털 시대에 대한 들뜬 감정에 사로잡혀 환자와 사회를 위한 현명한 선택에 소홀하면 안 된다.

제품의 확산과 시장에 현혹돼 가치가 거의 없거나 심지어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제품을 채택하면 위험하다.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 ‘결국 환자를 위해 무엇을 성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환자의 삶의 질 및 생존율은 개선됐는지, 진료비는 저렴해졌는지, 환자의 선호도과 가치관이 존중됐는지, 환자가 건강 목표에 도달하는 모든 기회를 확보했는지 등의 질문 말이다.

디지털 헬스 및 보건의료 관계자들에게 크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장점에 대한 증거를 명확히 제공하거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고, 제품의 성능은 비밀이 될 수 없으니 투명성을 고집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변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고의 영업이 아니라 최고의 결과를 보여줘야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혁신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다.

환자가 더 나은 건강 및 보건 의료 결과물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간과하면 안 된다.

디지털 헬스에 대해 멋진 약속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증거를 확인하자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증거에 대한 주장을 제품의 수명 주기 내내 지속해야 디지털 시대의 잠재력을 달성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화는 가속화됐다.

배운 것을 통합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해 나름의 규율이 필요한 때다.

우수한 증거를 고집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이니, 단순히 혁신을 채택하는 것만이 아니라 혁신을 활용해 결과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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