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의 4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여러모로 전작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주인공들은 사랑에 관심을 보이고 친구와 갈등을 겪는다. 좌충우돌하며 문제를 해결했던 해리포터는 선택된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름조차 말하기를 꺼렸던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도 베일을 벗는다. 이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진지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 사건은 트리위저드 마법경연대회. 마법의 최고 명문 세 학교에서 각각 선발된 챔피언들이 출전해서 최고의 영예를 얻으려고 목숨 건 경쟁을 벌인다. 위험도가 높아 17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다.
그런데 마법의 불의 잔은 챔피언 3명을 호명한 후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를 지명한다. 14살에 불과한 해리 포터는 출전 의사가 없다고 버티지만 불의 잔의 뜻에 따라 결국 출전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리 포터는 친구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다. 절친한 친구인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마저 등을 돌린다. 해리가 공명심 때문에 몰래 이름을 제출했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트리위저드 대회는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우선 입에서 불을 뿜는 사나운 용과 싸워 황금 알을 빼앗아 내야 한다. 이어 검은 호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한 시간 내에 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아 움직이는 미로를 통과해 우승컵을 차지하는 관문이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해리포터는 마침내 볼드모트와 맞서게 된다. 부하들의 도움으로 인간의 형상을 하게 된 볼드모트와 사투를 벌인다. 와중에 선배는 죽음을 맞고 해리 포터는 자신의 피로 볼드모트가 되살아나게 된 점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영화는 장대한 영상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담은 마법경연 대회 외에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속내에도 관심을 보인다. 호그와트 기숙사에서 열린 댄스파티를 앞두고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엠마 왓슨)는 파트너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해리 포터는 동양계 소녀 초 챙(케이티 렁)만 보면 가슴이 뛴다. 하지만 그 앞에만 서면 할 말을 잊고 우물쭈물한 수줍은 사춘기 소년일 뿐이다.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에서도 미묘한 질투의 감정이 엇갈린다.
아울러 영화는 이번에도 앞선 시리즈에서처럼 경탄을 자아내게 했던 화려한 판타지 영상을 가미했다. 영화 초반 소개되는 관중석이 수직으로 배치된 거대한 원형퀴디치 월드컵경기장 모습은 백미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모나리자 스마일" 등을 연출한 마이크 뉴웰 감독이 10대들의 로맨스와 화려한 판타지 영상을 잘 버무려냈다. 보여줘야 하는 게 점점 세지고 독해지는 까닭에 벌써부터 내년 작품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다.
12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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