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카페 뤼미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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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카페 뤼미에르
  • 윤종원
  • 승인 2005.10.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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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하는 영화 "카페 뤼미에르"(Cafe Lumiere)를 관람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사람이 있다면 연출자 허우샤오시엔(侯孝賢) 감독보다는 이 영화의 헌정 대상이 되는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다.

영화는 2003년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당시 세계를 돌며 오즈의 회고전을 열었던 쇼치쿠(松竹)사가 공동 제작과 함께 투자를 담당했으며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결국 그 자체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명인 오즈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낮은 카메라 위치에 줌인이나 아웃을 사용하지 않는 정지된 화면은 오즈가 그랬듯 철저하게 관찰자의 역할을 넘어서지 않으며 오즈의 대표작 "도쿄 이야기"(東京物語)처럼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펼쳐진다.

영화의 배경은 일본의 도쿄. 나른한 여름 햇살에 이곳의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힌 채 지나다니고 그 너머에는 신구의 건물들이 울퉁불퉁 솟아있다.

프리랜서 작가 요코(히토토 요)는 대만 여행에서 막 돌아왔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그녀가 알린 것은 자신의 임신 사실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대만 남자. 서로 결혼할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않을 생각도 없다.

요코의 일상과 교차가 되는 남자는 2대째 고서점을 운영하는 남자 하지메(아사노 타다노부)다. 철도 "오타쿠"(마니아)인 그의 취미는 역시 지하철과 관련이 있다. 서점에 있지 않으면 열차의 이미지를 이용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거나 지하철역의 소음을 녹음하거나 하는 게 그의 생활이다.

선물도 주고받고 함께 자료도 찾으며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 요코는 하지메에게도 임신 사실을 전하고 하지메는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을 털어놓지 않은 채 요코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스타일 면에서도 그렇지만 영화는 지난 세기 초 오즈가 그랬듯, 일본의 시대상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변화를 급하지 않게 차분히 담아내고 있다. 임신을 한 여성은 남자와 결혼할 적극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는 부모는 속상함을 간간이 드러내기도 하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배려 깊다.

하지메의 직업이 가업을 잇는 고서점의 주인인 한편 오타쿠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감독이 보는 도쿄는 급격한 듯 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은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이다.

감독은 "동시대 사회와 그 속의 인정(人情)을 (영화에) 반영시키는 점이 오즈와 나의 공통점"이라며 "현실에 존재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찍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면으로 끌어내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깊이와 스타성을 함께 갖춘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와 가수 출신 연기자 히토토 요가 호흡을 맞췄다.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와 CGV 상암 등 2개관에서 상영.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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