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증거 100% 정확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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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증거 100% 정확하진 않아
  • 윤종원
  • 승인 2005.10.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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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실이지만 지문을 분석, 대조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bc 뉴스 인터넷 판이 12일 보도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의 범죄학자 사이먼 콜 교수는 최신호 형법 및 범죄학 학회지에 실린 보고서에서 지문 증거가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간 22건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문 증거를 무조건 "오류 가능성 0"로 확신하는 수사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 교수는 증거로 채택된 지문 자체가 대개는 "부분적이거나 뭉개졌거나 다른방식으로 왜곡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분석과 대조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정에서 오류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사건들은 대부분 강력 범죄로 피의자들은 지문 증거 때문에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난 뒤에야 누명을 벗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문증거의 오류가 밝혀진 것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가 아니라 진범의 자백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콜 교수는 자신이 제시한 사례들은 언론 보도 등으로 잘 알려진 사건들이기 때문에 그나마 피의자가 누명을 벗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며 미국에서 한 해 1천 명 이상이 잘못된 지문 대조로 억울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997년 경찰관 살해미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스티븐 카원스는 35년 징역형을 받고 복역하면서 누명을 벗기 위해 DNA 검사를 받기로 결심, 검사 비용을 벌기 위해 위험한 작업을 자원하는 등 무진 노력을 한 끝에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그의 DNA는 다른 현장 증거인 머그 잔과 모자, 땀복 등과 대조한 결과 범죄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카원스는 결국 6년이란 세월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낸 것이다.

콜 교수는 진범이 친절하게도 자신의 DNA를 여기저기 남겨놓지 않았더라면 카원스는 꼼짝없이 살인미수범으로 몰려 35년 징역형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사례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열차역 폭파사고 피의자 브랜든 메이필드 사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메이필드는 10년 동안 해외에 나간 일도 없고 여권조차 갖고 있지 않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이집트 여성과 결혼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그는 과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했던 `포틀랜드 7인방" 가운데 한 사람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콜 교수에 따르면 메이필드를 지문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한 FBI 요원은 지난 1969년과 1974년에도 지문의 주인공으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사건은 결국 스페인 경찰이 같은 지문에 보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냄으로써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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