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우려도 기대 대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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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우려도 기대 대상도 아니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6.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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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 일본 원격의료 시찰 후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 강조
▲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느낀 원격의료는 한 마디로 지나친 우려도, 엄청난 기대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의 원격의료 사례를 시찰하고 최근 귀국한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5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김 정책관은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사전에 시범사업도 진행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의사들의 선택에 의해 시행되고 있었다”며 “일본 의사협회 관계자는 원격의료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며 의사들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가 시행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리 활성화 되진 않고 있었다고 김 정책관은 말했다. 주로 영상 판독이나 임상병리 등 원격협진 비중이 높았고 재택환자들에 대해 일부에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는 것. 장비라든지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낫다는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정책관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구조가 10~15년 앞서 진행되고 있어 의료정책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재택환자의 경우 방문간호를 활용해 의사에게 태블릿PC로 화면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원격진료가 시행되고 있었으며 심각한 질환에 대해서는 원격의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2015년 8월부터 원격진료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었다. 그 이전에는 격오지나 도서벽지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의정국장이 발령한 통지문(우리나라의 고시)을 통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원격진료 활성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는 것.

일본은 두 개의 회사가 합작으로 원격의료를 지원하는데 하나는 의료인을 소개하는 형태고, 또 다른 하나는 의료정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의료공급자의 1% 정도가 가입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가입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일본의 목표는 크게 3가지며 첫 번째는 재진환자가 앱을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 경우 초진은 제외된다. 주로 소아과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은 건강보험에서 대면진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진료를 인정해 준다. 초진료는 일본이 2만8천~2만9천원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비싸지만 재진료는 일본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것.

일본은 전화, 화상을 통한 상담도 재진으로 인정돼 동일 수가를 지불한다. 또 왕진 수가도 있다. 우리도 왕진은 가능하지만 별도의 수가는 책정돼 있지 않다.

두 번째 모델은 예약을 하면 전문의와 상담(초‧재진 모두 가능)하는 형식이다. 대신 100% 비급여다. 택시의 미터기와 같이 시간당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응급상담이다. 회원제 형식으로 미리 돈을 지불하고 횟수를 제한한다. 매월 정해진 횟수 이내에서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델의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찰기간 동안 일본원격의료학회와 일본의사협회, 후생성 등을 방문했으며 지나친 우려는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김강립 정책관은 말했다. 대면진료가 의료의 원칙임은 불변의 진리이며 원격진료는 보완적 수단이라는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는 것.

그는 “원격의료는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의료의 보완적 수단”이라며 “다만 재정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정책은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큰 만큼 충분한 재정이 투입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또 알파고 충격과 관련해 조만간 인공지능 의사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의료계 일부의 우려와 관련해 일본 의사 사회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는 반드시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며 원격의료를 확대해 대형병원으로 쏠릴 것이란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그는 개원가에서 원격진료가 확대 시행될 경우 1차 의료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 “의료정책에 단순한 해법은 없고 복잡한 퍼즐일 수밖에 없다”며 “원격의료는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보다 밀착해서 촘촘하게 관리해 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원격의료는 의료 접근성을 제한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수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동네의원들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김강립 정책관은 말했다.

김강립 정책관은 “엄격히 따지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건강상담도 원격의료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엄밀하게 말하면 비대면진료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비대면진료 수단을 배제할 이유가 없으며 전화상담이나 원격상담 등은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시지역 초진은 제한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리를 요하는 만성질환자 위주로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만성질환관리는 OECD 수준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며 “관리가 잘 되면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가며 동네의원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정부가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법률안을 최근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19대 국회가 끝나고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부에서 필요한 법안의 수명연장 차원이었지 다른 의미는 없다”며 “이미 입법예고를 진행했던 법안인 만큼 협의가 필요 없어 입법예고 기간을 짧게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원격의료 의료법 개정안이 논의되길 기대하며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열린 마음과 합리적인 태도로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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