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낙찰 근절, 구호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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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낙찰 근절, 구호만 요란?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2.11.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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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시장환경 불구 가격경쟁 불가한 상황에서 적정가격 입장 표명 전무
우산 아래 모여들기보다 체질 개선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 보여줘야

제약계가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공개경쟁 입찰에서 초저가 낙찰·공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찰자격을 심사해 부적격 입찰자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의약품 저가낙찰 근절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는 ‘적격심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최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한 가지 성분에 많게는 100개 이상의 복제약이 시장에서의 선택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경쟁을 근절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관분업이라는 기형의 의약분업 정책 하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촌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제약계는 이미 큰 폭의 일괄 약가인하로 성장동력이 주춤하면서 위기감을 호소해 온지 오래됐지만 저가 입찰의 근원적인 배경이 되는 가격적정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어 구호만 요란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초저가 낙찰을 받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납품을 하더라도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외처방에서 제값을 받는다면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저가낙찰의 배경이다. 따라서 저가낙찰을 근절해야 한다는 당위에 앞서 저가낙찰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현상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앞서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은 2012년 4월 14∼20%에 달하는 대규모 보험의약품 일괄 약가인하 조치와 한-미 FTA 시행에 따른 허가-특허 연계 조치 등으로 미래의 경영환경이 어둡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공개경쟁 입찰에서 초저가 낙찰·공급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어 제약계는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67년 10% 수준의 약가인하를 시작으로 1982년 18.6%, 1984년 16.6%의 대폭적인 약가인하를 비롯해 그 이후 2년마다 평균 6.4%의 약가인하를 실시해 오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료비 가운데 약제비의 비중이 70년대 40%를 상회하던 것이 2000년대 들어와서는 20% 이하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이 기간 중 다케다와 에자이, 다이이찌산쿄, 아스텔라스 등 글로벌제약기업들이 탄생하며 일본을 미국에 이은 세계 굴지의 제약강국으로 이끌었다.

일본의 전철을 고스란히 되밟아가고 있는 국내 제약산업계가 약육강식의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제약계처럼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와 따가운 햇살을 피할 우산 아래 모여드는 모습보다는 밀림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장면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약계의 저가낙찰 근절 의지 반복 표명은 어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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