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계기로 지방 강소병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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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계기로 지방 강소병원 뜬다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4.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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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무작정 기다리느니 집 가까운 병원 선호 현상 뚜렷
포항세명기독병원, 의료사태 계기로 지역민 인식 전환 기여

3월 21일 오전 9시 포항세명기독병원 백남선 암병원장은 환자 김모 씨(43·여)의 유방암 수술을 진행했다. 김 씨는 포항에 살지만 지난해 12월 지역 병원에서 암 진단 후 바로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아 재검사 후 수술일정을 예약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최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길어지자 가뜩이나 밀렸던 수술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고향의 종합병원을 찾은 경우다. 김 씨의 남편은 “암 수술이어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위해 더 기다릴지 고민도 많이 했지만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선센터에 백남선 원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세명기독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3월 21일 오전 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이 유방암 수술을 마치고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3월 21일 오전 유방갑상선암센터 백남선 원장이 유방암 수술을 마치고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유방암 수술을 집도한 백남선 원장은 국내 최초로 유방 보존 수술을 시행한 세계적인 유방암 수술 권위자로 건국대병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여성암병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백남선 원장은 ‘지역 암 환자를 위한 병원’의 취지에 공감해 4년 전 포항세명기독병원에 부임, 포항과 경주·영덕·울릉 등 동해안권 지역의 유방암과 갑상선암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16일 이 병원에서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술 시술을 받은 권모 씨(61·남)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조기위암 내시경 시술 날짜를 잡아놨던 경우다. 권씨는 “포항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여기서도 내시경으로 암 제거 시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암이니까 서울 쪽 큰 병원을 찾아 시술을 예약했다. 그 당시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됐었는데 2월 말에 기한 없는 연기 통보를 받아 무작정 기다리다 암이 전이될까 두렵고, 의료진에 대한 믿음으로 이 병원에서 시술받았는데 깨끗하게 제거된 사진을 보니 잘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3월 21일 소화기내과 이재욱 전문의가 내시경적점막절제술(치료내시경)을 시술하고 있다.
3월 21일 소화기내과 이재욱 전문의가 내시경적점막절제술(치료내시경)을 시술하고 있다.

지방에도 규모나 실력에서 서울 대형 병원에 밀리지 않는 병원 많다

앞의 예에서 보듯 최근 전공의 파업에 따른 대형병원의 수술 연기와 취소가 이어지며 지방 환자들이 집 근처 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아프면 무조건 서울의 큰 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방에서 암 진단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도시 3차 병원을 찾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지방 병원 중에서도 규모나 실력 면에서 서울 대형병원에 밀리지 않는 병원이 많고, 이번 의료사태를 계기로 대도시 대형병원을 선호하던 환자들의 지역 병원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의 경우 지난 2017년 암병원 개원과 함께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영입해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선형가속기 바이탈빔을 대구·경북 최초로 도입했고, 이어 2022년에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트루빔을 도입해 장비와 시설, 의료진 등 모든 부문에서 대도시에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세계적인 유방암 분야 수술 권위자인 백남선 원장을 초빙해 지역 병원에서도 암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명기독병원은 이 같은 노력으로 2023년 유방암, 갑상선암, 위암, 전립선암, 폐암 등의 암 수술 405건과 방사선치료 1만3,618건, 항암치료 4,059례를 진행하며 지방 병원에서도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방 소멸 시대를 걱정하는 단계인데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료”라며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지방 의료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 병원들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와 관련해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선배 의사로서 의료질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 또한 없지 않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의료인과 환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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