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주사제 급여기준 변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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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주사제 급여기준 변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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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심평원, 개선안 마련하고 6월 시행하려 했으나 학부모 반발로 보류
임상진료지침 토대로 투여대상 명확히 했을 뿐 급여 시점 앞당긴 것 아냐
(이미지: 픽사베이)
(이미지: 픽사베이)

성조숙증 치료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6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agonist)’ 주사제 급여기준 개선안의 시행이 학부모의 반발로 미뤄진 까닭이다.

개선안을 오랫동안 준비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허탈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임상진료지침을 토대로 ‘중추성사춘기조발증(Central precocious puberty, CPP, 진성 성조숙증)’의 오인으로 인한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기 위해 투여대상을 명확히 했을 뿐인데 마치 투여 시점을 앞당겨 급여를 축소하려는 의도였다고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두고 임상현장과 환자 보호자들이 일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인데, 이번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의 급여기준 변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지 이진수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에게 물었다.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 급여기준 변경의 배경

복지부는 최근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 급여기준 개선안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주요 대상이 된 주사제 성분은 고세렐린(goserelin), 류프로렐린(Leuprorelin), 트립토렐린(triptorelin)이며 현재 시장에서 대웅제약의 루피어, 동국제약의 로렐린, 다케다의 루프린, 입센의 디페렐린, 아스트라제네카의 졸라덱스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성조숙증 다시 말해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은 임상진료지침상 여아의 경우 8세(7세 365일) 미만, 남아의 경우 9세(8세 365일) 미만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반면 기존 복지부 고시 제2018-253호에 따르면 중추성사춘기조발증에서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의 ‘투여시작 시기(역연령 여아 9세(8세 365일) 미만, 남아 10세(9세 365일) 미만)’와 ‘투여종료 시기(역연령 여아 11세(11세 364일), 남아 12세(12세 364일)만’ 언급돼 있다.

즉, 임상진료지침을 근거로 중추성사춘기조발증 진단은 의사에게 맡기고 주사제 투여 시작 시기만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정의(여아 경우 8세 미만, 남아 경우 9세 미만)에 1년을 유예해 ‘역연령 여아 9세 미만, 남아 10세 미만’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특이점이 나타났다.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진료, 진단검사, 치료 시작이 복지부 고시에 따른 치료제 투여 시작 연령(역연령 여아 9세 미만, 남아 10세 미만)의 종료 직전인 8세 11개월(여아)과 9세 11개월(남아)에 급격히 집중되는 현상이 그것.

엄밀히 따지면 8세 11개월 여아와 9세 11개월 남아는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정의인 여아 8세 미만, 남아 9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치료제 투여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심평원 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성조숙증 발생률에 추이를 연구한 한 논문에 따르면 성조숙증 여아 인구는 2010년 10만 명당 178.3명에서 2014년 415.3명으로 급증했고 남아도 4.1명에서 14.7명으로 3.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은 성조숙증 청구가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늘어난 만큼 현장에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고 있는지, 무분별한 호르몬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임상진료지침상 정의하고 있는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진단 연령과 치료제의 급여기준상 연령의 차이 등으로 인해 진료지침의 진단 시점을 도과한 연령에서도 신규질환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고 정상적으로 성장 중인 만 8세 여아와 만 9세 남아가 성조숙증으로 오인돼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을 수 있으니 적정 진료 유도를 위해 약제 투여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하기로 한 것.

개선안에서는 투여대상에 
개선안에서는 투여대상에 임상진료지침과 교과서에서 정의하고 있는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정의만 명확히 추가했다. 즉, 급여기준 나이를 낮춘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개선안에서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 투여대상 기준에 ‘여아 8세(7세 365일) 미만, 남아 9세(8세 365일) 미만’이라는 나이 기준을 추가, 교과서 및 임상진료지침에서 정의된 중추성사춘기조발증의 진단 연령을 명확히 기재했다.

이와 관련 이진수 위원장은 2차 성징 발현 시점이 8세 이전이라는 게 확인되면,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 투여 시기와 종료 시기에 대한 고시내용은 기존과 변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급여 인정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이진수 위원장은 “중추성사춘기조발증 진단 과정에서 확인하는 2차성징 발현 시점은 임상진료지침에 언급돼 있어 이를 고시에 명확히 했고, 투여대상 기준 및 투여 시작 기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급여를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다만 환자의 발달상태 등을 고려해 문진 및 이학적 검사를 통한 2차 성징 발현시기를 진료기록에서 확인할 수만 있다면, 최초 요양기관 방문 시점이 8세를 도과해도 인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증 치료, 키 크는 주사 아냐…국민 계몽 필요

이진수 위원장은 성조숙증 치료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키 크는 주사로 인식되고 있는 점을 심히 우려했다.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주사제로 아이들의 사춘기를 늦추면 키가 커진다는 근거는 없는데, 이를 성조숙증과 연결지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키 크는 한약’까지 등장하는 등 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게 이진수 위원장의 주장.

이 위원장은 “2021년에 한 제약사가 성조숙증 진단 시약의 국내 공급을 중단한 일이 있다”며 “통상 나라별로 성조숙증 환자 발생 빈도를 고려해 공급하는데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성조숙증 검사가 이뤄지다 보니 다른 나라에 공급할 물량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8세 여아의 16.9%, 9세 여아의 20%가 성조숙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수치대로라면 여아 5~6명 중 1명이 성조숙증 환자라는 의미”라며 “성조숙증과 조기 사춘기는 엄연히 다르고 학부모들이 흔히 알고 있는 성조숙증은 진짜 성조숙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니 앞으로 그 진실과 오해에 대해 대국민 홍보 및 계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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