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및 이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 주기적인 감염병 팬데믹 도래, 건강 및 의료서비스 기대 수준 향상 등 의료 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비용효과적이고 최적화된 의료서비스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병원계는 일찍부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최첨단 IT 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와는 별도로 정부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사업에 착수,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8개 분야에 대해 매년 30~60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기존의 전통적인 합성화학물질에 기반한 의약품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치료제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다. 미래 헬스케어로의 전환기를 맞아 병원신문은 창간 37주년을 기념, 병원계 및 의료기기·제약 산업계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앞서가는 병원 등의 사례를 통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특집호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의료계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AI 기술, 빅데이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디지털 기술 도입과 함께 최근 환자치료 관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디지털치료제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전통적인 화학물 형식의 약물치료제와 달리 소프트웨어의 형식으로 제공되나 기존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임상적 근거에 기반하여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적용되며, 2023년 2월 국내 최초로 불면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제가 사용 승인되어 본격적인 적용을 앞두고 있다.
또한 현재 10여개의 디지털치료제가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치료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여러 질환을 대상으로 진료 현장에서 다방면으로 사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디지털치료제의 개념 및 현재 상황과 함께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디지털치료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로서 질병의 치료/예방/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기존의 의약품이 화학물질이나 천연물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다면 디지털치료제는 근거기반의 소프트웨어 치료제로서 앱, 게임 등의 형식으로 제공되며 화학적 방식이 아닌 인지행동치료 기법, 생활습관 교정, 교육 등의 방식을 통해 작용하여 기존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의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강 관리용 앱들과는 실제 임상적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사용 승인을 받는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치료제는 주로 스마트기기를 통한 앱 형식으로 제공되는데, 이러한 치료 방식은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 본인의 집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특히 정신질환 등 사회적 낙인의 우려로 병원 치료 프로그램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던 환자들이 낙인에 대한 걱정 없이 치료에 접근하기 쉽다는 면에서 활용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2017년 미국에서 약물 의존 치료를 위해 개발된 ‘리셋(reSET)’이라는 프로그램이 허가된 것을 최초로 사용이 시작되었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40여 종의 디지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주로 인지행동치료 기법이나 생활습관, 행동 교정을 활용하여 금연, 약물중독,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과 질환이나 당뇨, 인지 재활, 암 증상 관리 등 만성 질환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의 전체적인 시장 규모도 연평균 20~30%의 고성장을 보여 2025년에는 약 87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초기에는 의료선진국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면 향후에는 아시아 각국을 포함하여 다양한 시장에서 성장 가속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2021년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지원해 왔고, 2022년 8월에는 범부처적 혁신의료기기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임상현장에 디지털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촉진되었으며 학계에서도 디지털치료에 대한 연구와 학술교류활동 강화를 위해 2021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를 창립하고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학술활동,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6년 정도 뒤처진 것처럼 아직 우리나라는 미주나 유럽 등의 국가들에 비해 디지털치료제 관련 분야는 상대적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정신신경계질환·호흡기질환·대사질환 등의 다양한 질환치료를 목적으로 20여 종의 디지털치료제가 개발 파이프라인에 올라있는 상태로 비록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디지털치료제 시장도 초기 단계로 성숙 수준까지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디지털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 사용에 익숙하고 디지털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되는 IT 기술 역시 세계적으로 보아도 경쟁력이 우수하여 향후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환자 대상의 임상활용을 위한 기반은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디지털치료제는 고전적인 의사와 환자의 대면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치료제를 약물 치료와의 병행 수단이나 치료 순응도 강화, 경과 데이터 피드백뿐 아니라 실시간 알림이나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즉 공간/시간의 제약 없이 적은 비용으로 치료효과가 병원 밖 일상에서도 지속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환자 측면에서 보자면 일상생활에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하고, 개인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맞춤형 치료과정이 적용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으며, 의사 측면에서도 디지털치료제 사용 경과를 확인하여 환자의 예후와 순응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치료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 효과적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환자가 치료계획을 잘 따르지 않는 비순응은 치료 예후 향상의 중요한 장애요인 중 하나이다.
디지털치료제는 환자의 순응도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러한 장애요인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의료 분야에도 비용 대비 효과가 강조되면서 디지털 기술 적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사회적인 디지털치료제 사용 환경도 무르익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치료제의 높은 비용 대비 효과는 결국 전체 의료 시장의 비용적 부담을 줄이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임상현장에서 디지털치료제가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치료제의 실제 사용률, 치료효과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 등에서 향후 긍정적인 데이터가 누적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증가한 상태에서 향후 긍정적인 데이터가 확인된다면 처방 시장은 자연스레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