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렙ABC에서는 작년에 ‘병원경영과 원가’라는 주제로 본 지면을 통해 10회에 걸쳐 지상강좌를 열었습니다. 올해는 ‘데이터에 기반한 병원경영’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타겟 질환 선정
시장을 나누고(Segmentation), 타겟을 정하고(Targeting), 자사의 위상을 고객에게 인식시키는 것(Positioning)은 마케팅 전략의 기본이다. 병원도 유사하다. 암센터, 심혈관센터, 이식센터 등 전문센터들은 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구축된다.
본고에서는 갈렙병원(가상)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타겟 질환을 선정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병원에서는 시장을 질환, 성별, 연령, 지역 등으로 구분하는데, 질환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환을 선정하려면 먼저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크게 시장(질환)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시장매력도), 우리 병원은 얼마나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내부역량), 두 가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GE 매트릭스: 시장매력도(Industry Attractiveness)와 사업역량(Business Unit Strength)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기법)
시장매력도에서는 해당 질환의 시장규모가 큰지, 성장하고 있는지, 현금흐름(이익)이 잘 창출될 수 있는지, 구매력이 있는지를 보면 된다. 내부역량은 의료전문성이 있는지, 본원에서 규모가 큰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로 판단한다. 선정된 기준의 가중치는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분석적 계층화 방법론)를 활용하여 결정한다.
그 다음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 시장자료는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신청한다. 시장의 이익률 자료는 병원 원가계산 전문기관에서 회원병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질환별 수익성 통계를 활용한다. 내부(갈렙병원) 자료는 가장 최근의 수익과 원가자료를 활용하고, 전문성과 관련된 자료는 진료과, 의사 및 질환에 대한 진료실적, 연구실적 및 내부 및 전문가 평가자료를 활용한다.
자료를 모았으면 이제 본격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먼저, 질환의 수익(진료비) 비중이 크면서 시장수익성(이익률)이 높은 질환들을 파악한다(아래 그림 우상단 박스에 위치한 질환).
그 다음, 구매력(환자당 진료비)이 큰 질환들을 살펴본다(아래 그림 좌측 박스:환자당 진료비가 평균을 상회하는 질환).
유사한 방법으로 성장성(최근 10년간의 진료비 성장)이 높은 질환과 타 병원대비 점유율이 높은 질환을 찾아 낸다. 이제 각 질환이 매력적인지를 판단하는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
다음은 내부 역량이다. 규모와 수익성은 시장분석과 비슷하게 산출하면 되는데, 의료전문성은 쉽지 않다. 진료과와 의사의 역량을 질환으로 연계해서 해석해야 한다. 이 때는 진료과 및 의사의 질환별 수익비중을 산출하여 점수를 매칭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상의 과정을 거쳐 갈렙병원의 질환을 평가한 결과,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소화기계, 호흡기계질환 30개가 주요 질환으로 선정되었고, 가장 점수가 높은 질환은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간질환(간암, 간이식)으로 파악됐다(아래 표의 질환 목록).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이들 질환은 갈렙병원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이 30%로서, 평균 4.5%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었고, 연평균 18%에 이르는 성장을 하는 질환들이었다. 선정된 질환의 진료 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다.
상기에서 설명한 예는 분석과정을 단순화한 것으로 실제 분석은 대단히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공단 빅데이터는 신청과 승인, DB 확보까지 수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실제 자료를 정의하고, 수집하고 분석 및 해석하는 과정에 많은 이슈가 발생한다.
타겟 질환을 정하는 것은 병원 성과에 10년 이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감에 의한 판단은 금물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결정으로 오류를 최소화하고, 전략의 성공가능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