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상 과잉공급이 중소형병원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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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상 과잉공급이 중소형병원 책임일까
  • 병원신문
  • 승인 2017.11.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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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대통령 공약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이른바 문재인케어(이하 문케어)가 현 의료체계를 뿌리채 흔드는 모양새다. 문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환자부담을 줄이고 재난적 의료비를 대폭 확충, 국민들을 과중한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 본래 취지이나, 실행과정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까지 맞물려 인위적인 시장조정이 불가피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케어 시행방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300 병상 이하 병원 퇴출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병원급 의료기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문케어는 대통령의 의중이라기 보다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료분야의 기본틀을 짠 것으로 알려진 김용익 전 의원의 소신이라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김용익 전 의원은 지난해초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건강보험 국고지원 현실화, 선택진료비 폐지, 중소병원 퇴출기전 마련, 병상총량제 도입 등 모두 5건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들 법안은 법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대통령 공약사항에 고스란히 반영됐으며, 이를 근거로 문케어가 만들어져 실행모드에 들어간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문케어를 현실에 옮기려면 비급여의 급여화로 추가재정이 필요하고 비급여가 없어지는 것을 보상하기 위한 수가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수순외에 또다른 한편으로 문케어로 증가하는 재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300 병상 이하 중소병원 퇴출론이다.

300 병상 이하 중소병원 퇴출론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5년 김용익 전 의원이 발의했다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의료법 개정안에 부실 의료법인 퇴출기전이 담겨 있으며, 그 이전에도 다른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국회 법안 개정에서 좌절된 것을 문케어와 연관된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시도하려는 것같다.

김용익 전 의원은 왜 이렇게 300 병상 이하 병원의 퇴출에 집착하는 걸까.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2만 병상 이상이 과잉공급돼 있다. 특히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18만4,272 병상이 증가했다. 이중 병원급 의료기관의 병상증가가 13만1,266 병상증가일 정도로 중소형 병원에 집중돼 있다. 이 기간동안 수도권에 병상이 300% 증가할 때 비수도권은 317% 늘어났으며 특히 지방 시군단위 지역의 중소형 병원 신규개설이 급증한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김용익 전 의원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늘어난 중소형병원들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만같은 필수의료 공급과 같은 공공적인 역할은 하지 않고 외래진료를 중심으로 동네의원과의 경쟁구도하에 과잉진료를 부추겨 궁긍적으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같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300 병상 이하 중소형병원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일차의료를 지원해 ‘의원-외래, 병원-입원’이라는 기본적인 의료체계의 등식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하자는 발상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소형 병원들을 급성-아급성-전문-재활-요양병원들으로 기능분화를 촉진해 퇴출대상을 솎아내고 급성기병원의 모든 환자에 대한 입원료 인상과 병원 유형에 따른 적절한 수가수준과 재원일수 기준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내용이다. 그렇게 걸러진 중소형 병원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률개정으로 퇴출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문케어의 설계를 바라보는 중소형 병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소형 병원들이 병상 과잉공급을 걱정할 정도로 많이 생겨난 것은 현재 수가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만 시설 등 필수의료시설을 갖추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원가의 72%에 불과한 응급수가나 70%의 원가보전율로 수익성이 낮은 중환자실은 환자를 보면 볼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운영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중증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려가고 필수의료를 공급하자니 채산성이 없으니 외래를 중심으로 한 진료체계를 갖추지 않을 수 없는게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현실이다. 중소형 병원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수가와 의료체계에 맞춰 자연스럽게 형성된 의료공급 시장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의료시장을 문케어와 같은 정책에 맞춰 인위적으로 조정하려고 할게 아니라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필수의료시설에 대한 수가를 적정수준으로 맞추면 의료공급시장도 따라 움직일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의약분업이후 외래처방전 발행으로 급증한 의료수요를 쫒아 일어난 개원 ‘러시’를 떠오른다. 십여년이 흐른 지금, 개원가의 상태가 어떤가.

의료공급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것이 아니라 의료공급시장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공급체계를 갖추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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