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처방 때 두드러기, 발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 포함되어 있었고, 불과 이틀 후에 갑작스럽게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는 이러한 증상이 음식물에 의한 과민반응으로 생각하고, 1차와 동일한 약을 처방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여 1차 처방약을 중단하거나 약물 부작용 감별 진단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지 못한 채 1차 처방과 동일하게 타이레놀 등을 처방한 행위는 과실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다만, 의사가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과실이 없는 점, 환자의 체질적 소인도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발병과 관련이 있는 점, 2차 처방을 하지 않고 투약을 중단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배상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하였다.
유사한 사건이 또 있었다. 2017년 4월 서울고등법원은, 종합감기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겨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병원이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병원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환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한 후 발열, 얼굴 주위 부종 및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 증상으로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을 감기증상으로 보고 주사제 및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경구제를 처방하고 귀가하게 하였는데, 환자는 그 후 증상이 악화되어 결국 실명하였다.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의료진이 내원 전에 감기약을 복용한 바 있다는 사실을 들은 이상, 복용한 약물에 대하여 자세하게 문진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사항을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일 가능성을 고려하여 약물 투여를 중지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A병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두 사건 모두 상소가 제기되어, 현재 항소심 및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에서는 의사에게 의약품 처방 등에 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지만, 우리가 고민해 볼 부분이 또 있다. 그것은,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이러한 부작용은 대부분 사전에 예측하거나 예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약 처방 및 투여에 대해서 의사나 약사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제조상의 과실이 없는 제약회사에게 그 피해를 배상하도록 할 수도 없다. 그런 이유에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이다.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은 약사법 제86조의3에 따라 2014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의약품을 사용한 사람이 그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에 그 피해를 일정 부분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피해보상을 위한 기금은 의약품 제조, 판매, 수입업체 등이 부담한다. 그런데, 약사법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위 사례와 같이 의약품 부작용 발생 및 악화에 의사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인정되는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피해자는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을 통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의약품 부작용 피해 발생에 의사의 과실이 개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구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의약품 부작용 사례에서는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이 상당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인정만으로는 환자의 손해를 보전받기에 미흡하다.
첫 번째 사례에서 법원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20%로 제한하였다. 그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의약품피해구제사업의 목적과 취지가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는데 있으므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 사례에서는 의사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말고 피해구제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약사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