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초교 전교생 장애우 위해 수화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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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초교 전교생 장애우 위해 수화 배워
  • 윤종원
  • 승인 2005.07.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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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의 한 산골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학생을 위해 매일 20분씩 수화를 배우고 있어 훈훈한 화제다.

전교생 63명에 불과한 영동 용화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 4월부터 매일 2교시 수업이 끝난 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함께 수화를 배운다.

이 학교 3학년에 다니는 김훤(9)양을 위해서다.

청각장애 2급으로 말하거나 듣지 못하는 훤이는 지난 2년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수업은 커녕 급우들과 의사소통이 안돼 항상 교실 구석에 앉아 그림책이나 뒤적이는 외톨이였다.

올해 이 학교에 지체나 학습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이 만들어졌지만 훤이 처럼 장애가 심한 학생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보다 못한 특수학급 담당 박영자(44.여) 교사는 "나 혼자라도 훤이 친구가 되자"는 각오로 한국수화인터넷방송을 통해 수화 배우기에 나섰고 이를 본 동료교사와 학생들이 가세, 전교생이 수화교육을 받는 훈훈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단어 위주지만 수화수업이 시작된 뒤 외톨이 훤이에게 서툰 손짓 몸짓으로 말을 붙이는 친구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외톨이 생활에 익숙했던 훤이의 내성적인 성격도 차츰 밝아지고 있다.

박 교사는 "아직 초보수준이지만 더듬더듬 서툰 손짓으로 수화를 배우고 있으면 훤이와 사이에 가로놓인 벽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라며 "친구를 알지 못했던 훤이가 머지않아 교우들과 어울려 넓은 운동장을 밝은 표정으로 누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 교사들은 훤이에게 작으나마 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최근 난청 전문병원 정밀진단을 받게 한 데 이어 백방으로 재활치료법 등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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