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환자의 Well-Being을 위해
2012년 호스피스전공을 시작으로 호스피스와 인연을 맺고 오늘날까지 하루 9시간 이상 환자들과 함께하면서 수도공동체 가족보다도 더 긴 시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2024년은 유난히도 힘겨움이 많았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던 어느날, ‘2025년 을사년,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은 매일 매일이 새해이고 새날이에요’라는 답변을 드렸습니다.
투병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환자의 소망은 내일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오늘을 잘 살기 위한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통증과 구토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오늘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오늘은 좀 더 먹을 수 있을까, 걸을 수 있을까, 가족들과 무슨 말을 할까 등등...
매년 연말이 되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순탄하기를, 평화로운 세상이 맞이해 주기를 기대하는 설렘으로 가득 찼었는데 어느새 저도 환자들의 바람과 다를 바 없는 ‘오늘’의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오늘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무엇을 해드려야 할까,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조금은 웃게 해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좀 더 공감하고 위로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루살이 바람, 그래서 매일 매일이 새날이고 새해이고 부활의 삶이라고 고백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이 잘 마치고자 하는 의지와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Well-Being)를 고민하는 열정의 현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편안하게 심신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은평성모병원의 교직원들은 ‘오늘 당신의 시간에 집중하면서, 오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좋은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2025년에는 매일 매일이 새해, 새날처럼 새롭게 에너지를 창조할 수 있는 오늘이 되기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서로에게 든든하게 존재할 수 있는 힘으로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최고의 의술도 중요하지만 2025년 새해에는 눈빛 한 번 더 마주치고, 등 한 번 더 도닥여 드리고, 함께 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감동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오늘을 희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