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 및 합리화 방안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1월 6일 경실련 강당에서 ‘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 및 합리화 방안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경실련은 우리나라 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최하위 수준인 60% 초반에서 답보상태라며 건강보험료의 인상과 함께 직접 부담 의료비도 증가하는데, 고령화와 신의료기술, 비급여 관리 부재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OECD 국가 대비 한국의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정책에도 한국의 보장률은 62.3%로 OECD 평균 76.0%보다 낮다. 결과적으로 국민건강보험료와 민간실손보험료의 인상으로 의료비와 보험료 이중 부담 증가가 그 원인이라는 것.
이에 경실련은 정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 진료와 달리 비급여는 건강보험 진료와 혼합해 실시함에도 치료 효과성이 있고 비용이 적정한가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병원이 비급여 진료 여부와 진료량, 가격과 명칭을 마음대로 정하고 전체 보고 의무도 없기 때문으로 의료비 부담과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정부의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경실련은 응답자 1,030명을 대상으로 비급여 인지 및 가격 공개제도, 가격 관리에 대한 인식 등 ‘천차만별 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와 비급여 가격합리화에 대한 이용자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정부에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실태조사 결과 전체 비급여 진료비 상위 5개 항목(①도수치료 ②MRI-척추-요천추 ③체외충격파 ④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⑤MRI-근골격계-슬관절)의 의료기관별(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가격 격차가 컸다.
또 비급여 가격 분석 결과, 병원 간 가격 차이는 최대 360만원(19배)으로 최대/최소 가격 비(ratio)는 최대 62.5배로 조사됐다.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는 병원급에서 최대/최소 가격 비가 62.5배로 조사 항목 중 가장 크고 가격 차는 49만2천원, 종합병원 30.8배(가격 차이 38만7천원), 상급종합병원 5.9배로 나타났다. 체외충격파치료는 병원급에서 최대 43만원(22.5배) 차이를 보였다.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술의 기관 간 금액 격차가 가장 컸는데 병원급에서 최고 380만원과 최소 20만원으로 36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MRI-척추-요천추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크고,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많이 시행되는데, 종합병원에서 최고 93만7,700원과 최소 30만7,310원으로 가격 격차는 63만390원, 가격 비는 3.1배 차이가 났다. MRI-슬관절도 종합병원 간 최대 77만3,330원(4배)으로 조사됐다.
MRI 검사료는 원가 대비 최대 6.0배의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9명은 천차만별 비급여 가격에 문제가 있고, 8명은 비급여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고 답해 비급여의 가격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급여 인지 여부와 관련해선 진료 시 의사의 비급여 진료(내용과 가격) 설명 여부에 대해 응답자 2/3는 사전에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사후에 간략하게 통보받았다고 답해 여전히 환자가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비급여 가격 비교/공개 서비스 인지 및 이용 여부에 대해 응답자 52%는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몰랐으며 35%는 알아도 이용하지 않아 사실상 서비스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이용이 저조한 이유로 서비스 제공 사실을 모른다(49%), 인터넷 검색이 어렵고 불편(30%), 전문 용어라 어렵다(18%) 순이였으며 응답자 80%는 이용자 친화적이고 직관적 정보 제공 시 이용하겠다고 답해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비급여 가격 적정성 수준에 대한 질문에 66%의 응답자는 원가의 2배 이하, 31%는 3~5배 이하가 적당하다고 응답했으며 84%의 응답자는 가격 제어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비급여 권장 가격 제공 시 87%의 응답자는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가격 관리 정책에 대해 가장 많이 선택한 방안은 정부가 상한 가격을 정하고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54%가 찬성했고, 정부가 건강보험처럼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43%로 높게 나타나 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경실련은 정부가 비급여 가격 합리화를 위해 비급여 가격 고지와 공개제도, 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비급여 가격조사 및 이용자 설문조사를 통해 천차만별 제멋대로인 비급여 가격을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이용자가 의료비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비급여 가격 제어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비급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급여 가격의 무분별한 상승을 억제할 목적으로 도입된 비급여 고지제도는 통일된 고지방침이 없어 이용자 정보접근이 어렵고 목록이 표준화되지 않아 의료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겠다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으며 항목을 통일해 병원간 상호비교가 가능하도록 개선된 비급여 공개제도 역시 인터넷 접근이 어렵고, 공개 항목과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신규 비급여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가격을 제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의료기관의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비급여 보고제도는 일부 항목에 대해 1년 중 1~2개월분 진료만 보고해 전체 비급여 진료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무분별한 고가·과잉 비급여 진료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의료비 부담뿐만 아니라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정부에 비급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비급여 전체 보고를 의무화하고, 명칭 표준화 및 목록을 정비해야 한다며 현행 1~2개월분 일부 항목 보고를 전 기간(12개월) 전체 항목 보고 의무화로 개선할 것과 병원별 제각각인 비급여 명칭을 표준화하고, 목록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실효성 있는 진료비 정보 공개 등 비급여 모니터링 강화방안 마련과 비급여 표준가격제 또는 가격상한제 도입, 신규 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을 제시했다.
끝으로 경실련은 정부가 비급여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치료 목적이 분명한 비급여에 대해서는 급여화 또는 가격 관리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불필요한 비급여는 건강보험 진료와의 혼합진료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전락한 과잉비급여 진료를 방지하기 어렵고 붕괴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향후 의료기관의 고가‧과잉 비급여 진료에 대한 다양한 실태고발을 통해 정부에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