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지표에 입원전담전문의 확보를 보는 항목이 들어간다고 한다.
환자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이를 보는 전임 병원장 출신으로서 참 갑갑한 마음이 든다.
이 정도로 ‘정부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구나!’라는 탄식을 하게 된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이후 대형병원은 상당한 변화에 직면한다.
절대적인 전공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팀 단위가 아닌 개별 단위 당직 체계로 들어섰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가 병동 관리를 하는 제도가 생겼으니 이게 소위 말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다.
전공의가 관리하던 병동을 전문의가 담당한다니 환자 안전은 분명 개선되었어야 한다.
문제는 초기 도입 단계부터 과연 입원전담전문의가 대형병원에서 어떤 위치로 자리매김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즉 전공의와 교수 사이에서 그들에게 어떠한 권한이 주어지며 그들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까지 과연 병원 당국과 정부가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관심을 두고 살펴왔던가? 라는 의문이 든다.
혹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초기 의도대로 정착은 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제도 개선을 도모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자신 있게 상급종합병원 평가 지표로 넣겠다고 하니 어리둥절한 것이다.
혹시 이 제도가 어디에도 속하기 힘든 이상한 직군을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과연 환자 안전은 확실히 개선되었던가?
미국에는 이런 제도가 있다.
입원 전담 주치의라고 할까?
반복적으로 입원하는 고위험군의 환자를 확보하고 어떤 문제가 생기던 입원을 책임지고 필요한 분야는 협진으로 해결하고 퇴원시킨다.
일종의 입원 전담 주치의다.
장점은 환자의 질병 상태를 꿰고 있으니 환자 안전에 적합하고 전공의가 부족한 분야는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 굳이 입·퇴원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들의 영역만 잘 해결해주면 된다.
혹시 이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 싶은데, 그랬다면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상종 평가에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본다는 의미인데, 과연 그럴까?
혹시 이 제도가 가뜩이나 구하기 어려운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인건비만 대폭 상승시켜서 대형병원들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미 이 제도가 의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박봉에 시달리는 임상교수와 전임 교수들에게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주는 면도 있다.
어제까지 전공의 하던 제자가 전문의 취득 후 입원전담전문의가 되자 급여가 해당과 최고로 나타난 것이다.
또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이들이 수행함으로써 실제 전공의의 교육 수련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병원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응급실과 병동을 전공의가 안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것이 과연 의료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가?
게다가 입원전담전문의를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도저히 감당 안 되는 급여로 인해 병원 간 사정이 달라도 너무 다를 텐데 형편이 어려운 병원과 지역에서는 그야말로 도저히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고 결국 입원전담전문의는 서울의 거대 병원 몇 군데가 가볍게 싹쓸이해갈 것이 분명하다.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는 한 것일까?
왜 갈수록 의료 현장을 왜곡시키는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서 상급종합병원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중증질환 위주로 진료만 한다면 그래서 상급종합병원의 과도한 환자 집중 현상을 해결만 한다면 현재의 전공의 인력으로도 충분히 운영될 수 있을 텐데…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현재의 비만하고 엉터리인 진료 체계가 고착화 상황을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 같이 죽자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