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과 희망 이어주는 나는 애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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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과 희망 이어주는 나는 애니콜‘
  • 한봉규 기자
  • 승인 2021.05.0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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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오지형 코디네이터

“제 별명은 애니콜이에요. 뇌사자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응급콜을 언제든 받을 수 있도록 찜질방 갈 때도 방수 팩에 넣어가지고 다닐 만큼 핸드폰이 이제는 한 몸 같아요.”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병원장 권순석) 장기이식센터 오지형 코디네이터.

장기이식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의료진들과 함께 효과적이고 원활한 장기이식을 할 수 있도록 조정, 중재는 물론 수술 후에도 환자를 관리하고 책임져나가고 있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간호사 경력 25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5년차의 베테랑 간호 경력을 자랑하는 오지형 간호사는 병원에서 천상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태어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365일 24시간 뇌사자 응급콜을 받아야 되는 힘든 업무에도 한 명이라도 더 장기이식 환자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기에 기꺼이 그 일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형 간호사는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는 일이고 수시로 상황이 변하는 장기이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만큼 더 보람도 느낀다”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서의 의미를 강조한다.

뇌사자 장기이식 정보가 뜨는 날이면 아침부터 전화와 메신저로 쉴 틈이 없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시작으로 이식 담당 의료진과 수술 관련 전부서, 환자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뇌사자가 지방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이를 수송하기 위한 비행기, KTX, 구급차 등 교통수단 예약까지 오지형 간호사의 몫이다.

예매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수시로 수술 상황에 맞춰 예매 시간을 변경해야 함은 물론 표가 없는 경우도 있어 무거운 장기이송박스를 혼자 이송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8일에도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뇌사자 장기이식을 위해 내려갈 때는 의료진 4명이 갔으나 조금이라도 빨리 장기를 옮기기 위해 오지형 간호사 혼자 먼저 장기를 가지고 상경, 무사히 간이식수술을 마친 일도 있다.

폭설로 인해 이송박스를 눈길에서 들고뛴 경험도 있다. 지체될수록 장기가 손상됨에 따라 의료가운만 걸친 채 인턴은 크록스 신발로, 오지형 간호사는 앞이 뚫린 간호화를 신고 구급차에서 내려 둘이 이송박스를 들고 지하철로 이동하여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코로나 시국이라 장기구득을 위해 타 병원을 가야할 때는 응급 코로나 검사를 받고 가기도 하고, 준비 중인 환자가 확진자와 접촉해서 격리를 해야 되는 불상사로 계획했던 바가 취소되기도 하는 등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를 맡으면서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기고 있지만 2021년 1분기에만 벌써 간이식 4건, 신장이식 8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장기이송박스가 아이스박스 형태이다 보니 간혹 ‘휴가 잘 다녀왔냐’는 뜬금없는 안부를 묻기도 하지만 장기이식을 위해 익산 역무원처럼 고생한다며 도움을 주는 손길도 많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매순간 노력하는 실력 좋은 이식 의료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 했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는 오지형 간호사는 장기이식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뇌사자 기증이 많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장기기증에 관한 인식이 안 좋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뇌사자이식이 아닌 생체이식 비율이 비이상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원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사회사업팀과 함께 장기기증 인식개선을 위한 ‘생명존중 생명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사단법인 생명잇기와 함께 캘리그라피 전시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24시간 콜을 받아야 하고, 휴가도 맘 편히 못 가지만 이식을 한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면 너무 행복하다”고 웃음짖는 오지형 코디네이터.

그녀는 오늘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뜬 장기이식 대기명단을 확인하고 이식대기 환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건네는 쉼 없는 움직임 속에서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과 생명의 끈을 이어주는 사랑 천사, 생명 수호천사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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