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기구 디베르시타스의 학자들은 오는 11월 9일부터 멕시코 오아하카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인간이 아마존 밀림에 길을 내고 아프리카 오지의 숲을 베어내는 등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 결과 야생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새로운 질병들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생물 다양성 보존을 통해 새로운 질병을 막는 것이 이미 확산된 질병퇴치를 위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박쥐와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와의 관계를 밝혀낸 뉴욕 야생생물 트러스트의 피터 다샤크는 지난 2003년 사스 발발로 800명이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아시아 여행과 교역이 중단되면서 500억달러의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또한 침팬지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에이즈로 지난 한 해 동안 240만명이 숨졌으며 유엔이 추정하는 내년 한해 에이즈 예방 비용만도 150억 달러나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조류 독감 등 야생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을 기회를 줄이기 위해 통상과 농업, 여행 규제를 강화하는 등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찰스 페링 교수는 "자연을 격리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원래 질병이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지는 것이긴 하지만 인구 밀집현상이 심화되면서 질병 확산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광범위한 생물 종들을 보존함으로써 질병으로 인한 충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미국 동부 지역에 확산됐던 라임병의 원인은 병원균 매개체인 흰발생쥐를 잡아먹던 늑대나 살쾡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베르시타스의 앤 라리고더리 사무총장은 "자연과 생물 다양성의 혜택은 중단돼야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서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살충제 남용으로 벌이 사라진 결과 사과 과수원에서 꽃가루 받이를 위해 사람들을 고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벌집 두 개면 될 일을 열 사람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위산 분비를 중단한 채 위장 속에서 새끼를 키우는 토종 개구리들이 탁월한 궤양치료제로 사용됐으나 이제는 멸종해 치료 비밀을 알 길이 없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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