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과 미래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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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혁명과 미래의료
  • 병원신문
  • 승인 2017.08.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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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고문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며,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으로 정의되었다. 이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 정보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의료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각 대상의 관점에 따라 다른 각도에서 해석될 수 있겠다.

우선 환자 입장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통해 건강을 영위함과 동시에 100세 시대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고, 의료인의 관점에서는 많은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단순히 앞에 닥친 질병의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질병의 예방 및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건강관리자로서의 역할도 가능하게 된다.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노동집약적이던 연구 및 실험 방법이 자동화되고 빅데이터와 연결해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되면서 노동력 분산에 의해 창의력이 배가 될 수 있겠다. 기존의 데이터를 창출하고 분석하던 연구 형태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연구 개발로의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의료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질병 치료와 생명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 중심’에서 많은 정보와 새로운 알고리즘 구축 등을 통해 개개인의 질환 및 건강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의료분야의 큰 수혜 중 하나는 “가상 자아” (virtual twin) 이다.

의료는 경험의 학문이다. 과거의 많은 명의들 역시 수많은 사례들을 관찰하고 치료함으로써 경험을 축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올바른 진단 및 치료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명의로 일컬어질 수 있다.

기존의 환자 요인 및 환경 요인, 질병 요인에 관한 정보를 모아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4차 산업혁명은 광범위한 정보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의 인구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조직의 유전체 및 대사체, 단백질 정보를 포함한 영상 소견 등 질병에 관한 다각화된 정보와, 식습관 및 수면 등의 생활 패턴 정보를 총망라함으로써 한 명의 환자로부터 다각도로 정보를 얻어서 수천 수만의 개인과 공유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과 질병 예측이 가능해지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환자의 경우와 1:1 대입이 가능한 “가상 자아”가 생성될 수 있으며, “가상 자아”를 통한 가상의 경험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하나의 질환으로부터 다각도에서 정보를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한 후 수학적 모델링 및 머신 러닝을 통해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법 및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되겠다.

환자 수 및 발병률이 높은 질환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희귀 질환일수록 해당 질환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며, 선택한 치료법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인은 빅데이터 기반의 “가상 자아”를 통한 가상 경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데, 이러한 도움은 빅데이터가 공유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흔한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환자에서 질병의 발현 및 적합한 치료법은 상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밀 의학 구현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구축은 의료인의 치료법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가상 자아”란 내가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경험하게 해 주는 거울이 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본인의 질병 및 건강 상태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건강 관리 행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놀라운 수혜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건강관리가 가능해지게 될 때 의료인의 입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즉, 기존에 의료인이 내리던 판단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됨에 따라 의료인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고식적인 질병의 진단과 치료 측면에서 의료인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엔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 등의 활용을 통해 환자가 실시간으로 본인의 건강 상태를 알리고 병원은 모든 정보의 허브로서 해당 정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입원 및 외래 기반의 치료에서 원격 의료로의 전환을 의미하게 된다. 이제는 의료인이 기존의 환자를 치료하던 방식에서 이러한 원격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게 될 것이다.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외상과 외과적 수술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외상학은 예측하기 어렵고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분야로 병원의 역할이 마지막까지 필요한 분야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도 상당 부분 4차 산업혁명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상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분야에 있어서도, 원거리에서 보내오는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조치를 취해 환자가 전문 병원 응급실로 옮겨오는 동안의 시간을 벌 수 있으며, 환자의 이송 형태 역시 드론 등의 최신 기술이 도입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수술이 필요한 암환자가 내원했을 때 다각도에서 얻은 정보를 “가상 자아” 에게 대입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겠다. 환자의 혈액을 통한 유전체 검사 및 영상 검사 등의 자료를 통해 적합한 치료법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수술 전후의 변화 및 수술 시의 위험요소 등을 평가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암환자의 종양 적출 시 전치료 후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행할 것인지, 위험을 감수한 광범위 절제를 할 것인지 혹은 수술 후 치료를 염두하고 부분 절제를 시행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교한 수술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다.

현재 내시경 수술이 행해지는 대부분의 질환 에서 모두 로봇 수술(Robotic surgery)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로봇 수술은 개개인의 learning-curve의 한계점을 극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인간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로봇을 이용한 원거리의 tele-operation이 가능해지면서, 한 명의 의사가 많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적 치료의 중요성도 4차 산업혁명의 완성과 함께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도 감마나이프나 사이버나이프 등의 방사선 수술 장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비침습적 치료에 대한 수요와 함께 초음파 및 자장을 이용한 치료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 및 기계를 이용함에 따라, 침습적 수술은 점차 최소화 될 것이며, 미래에는 그 범위가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나노기술 및 최신 영상기술을 조합하여, 반드시 제거해야하는 세포 일부만을 영상 가이드를 통해, 로봇기술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방식의 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 어시스트 수술을 진행하면서 집도의의 결정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로봇의 의사결정을 참고하게 됨으로꺼 최신이자 최선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겠다.

기존의 경험에 기반한 환자 치료의 방식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면서 병원의 의미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입원 및 외래 환자 위주의 치료에서 원격의 수많은 환자들이 보내오는 건강 정보를 통합하고 이에 해당하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정보의 허브로서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현재의 입원 및 외래 관련 부분이 축소되어 최소한의 응급실과 수술장을 남긴 채 거대한 데이터 창고로 변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 연구보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질병과 건강행태의 분석 및 개개인에 적합한 질환 모델링 등의 연구소로서의 의미가 커질 것으로 생각 된다.

이러한 연구들 역시 연구실 자동화 (lab automation) 및 IT 기술의 접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 질 수 있겠다.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고 상호 공유 및 재분배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미래의 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은 IT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운영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해 볼 수 도 있겠다.

많은 의사들이 건강 행태를 관리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모델링을 위한 적합한 데이터를 창출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다. 즉, 전통적인 의료인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음에 따라 기존의 의학교육의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예측할 수 있겠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병원과 의료인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환자 개개인에게는 최적의 치료법과 건강 관리를 제시하는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발맞추어 나가기까지 여러 윤리적 법적 문제들이 있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및 로봇에게 전적으로 판단을 맡기는 상황에서 그들이 내린 판단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슈이다.

일견 기계에 환자의 생명을 맡긴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 및 기계에 대한 제어에 대해서는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겠다.

또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창출하고 다루는데 있어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됨에 따라 의료인에 대한 다른 차원의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대한 위협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 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의료인이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움말 성균관대 의과대학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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