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에 대한가정의학회가 성명서를 내고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인권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가정의학회는 전국민 대상 정신건강 선별검사는 보건학적으로 이득보다는 잘못된 낙인찍힘이나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우울증 유병률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선진국에서 조차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 6월24일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13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별 정신건강수준을 확인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김영식)는 보건복지부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을 깨닫고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칫 건강한 국민들까지 우울증 등 정신질환 환자(혹은 의증환자)로 오인될 수 있는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전국민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성급히 시행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등 정신건강검진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전국민 대상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권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울증 유병률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선진국에서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권하지 않고 있으며 병의원을 찾아온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인에 의해 개별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개발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공식적으로 승인한 우울증 선별검사에 관한 권고안에서 '우울증에 대한 진단, 치료, 추적이 가능한 의사에 한해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대한가정의학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아직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찍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잘못된 낙인찍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또 추후에 확진검사로 환자가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질병이 의심됐다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시간적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또한 검진과정에서 비의료인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개인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정보가 비밀보장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있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다루어질 수 있으므로 비밀보장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확실해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됨을 피력했다.
특히 우편설문은 개인의 중요한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의 비밀보장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설문작성에 있어서의 원칙도 보장되기 어렵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이러한 우편설문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 잘 알려져 있는데 무리하게 우편설문을 시행하려고 하는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준비 중인 우울증 등 정신건강검진 방법은 우울증 유병률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검진을 국가주도로 시행하는 나라는 없으며 증상이 없는 정상인을 포함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의 낭비가 심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가정의학회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우울증환자 진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논의와 대책을 촉구했다.
1.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줄이고 차별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범정부적인 대책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2.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병이고, 경증에서부터 자살에 이르는 중증까지 광범위한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전체 의료계가 우울증 관리에 동참해야 하고 비정신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간에 역할 분담 및 정신질환 진료 전달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3.전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하기 전에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에서 일부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울증 선별검사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성과평가 및 비용효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4.중증의 우울증을 제외한 대부분의 우울증은 일차의료 의사들이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신과 의사에 대한 항우울제(SSRI제제 등) 보험급여 제한은 우울증환자 치료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요인이며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잘못된 정책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
끝으로 학회는 보건복지부는 검증이 되지 않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선별검사를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금부터라도 의료계 및 관련 전문가와 공개적인 논의과정을 거쳐서 전 국민의 정신건강관리를 위한 안전하고 근거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