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등과 분리해 별도법으로 논의…현재 헌법소원 재판 진행 중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조력사망을 허용하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안’이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별도 법안으로 발의돼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7월 5일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이하 조력존엄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22년 6월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천주교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단계에서 논의가 중단됐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당시 국회 논의 단계에서 존엄사를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와 함께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런 이유로 안 의원은 조력존엄사를 독립된 법안으로 정의하고 이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명확히 규정해 제정법으로 재발의했다. 특히 제정법률안은 국회법상 상임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입법부 차원의 논의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안규백 의원실은 지난해 7월 KBS·서울신문과 함께 21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1대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일반인들도 82%가 조력존엄사 도입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정안은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이를 심의·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대상자는 조력존엄사 대상자 결정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뒤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뒤 이행할 수 있다.
아울러 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는 현행법상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 적용에서 제외되며, 이밖에 관리기관 및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근무한 사람이 조력존엄사 이행에 관해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조항도 포함했다.
이외에도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대상자가 언제든지 존엄사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철회권 △존엄사 이행으로 사망한 사람과 보험금 수령인 또는 연금수급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의 조항을 신설했으며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25명으로 확대(기존안 15명)하고, 그 중 과반을 의료인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조정했다.
안규백 의원은 “조력존엄사법의 핵심은 삶의 마무리 시점을 말기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면서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기에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조력존엄사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국내 조력존엄사 허용 취지의 헌법소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변호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과 한국 존엄사협회는 척수염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환자 이명식 씨와 함께 헌법 소원 심판 청구서를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헌재가 지난 1월 ‘심판회부’ 결정을 내려, 향후 공개변론 등을 통해 조력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독일(2020년)과 오스트리아(2022년)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조력존엄사를 허용했고, 캐나다(2015년)와 뉴질랜드(2020년)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화했다. 또 프랑스는 시민 자문기구에서 안락사 합법화를 요청한 이후 정부가 나서서 지난 5월 조력존엄사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