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창립 65주년] 노인 돌봄의 건강한 대안, ‘시니어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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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창립 65주년] 노인 돌봄의 건강한 대안, ‘시니어 하우징’
  • 병원신문
  • 승인 2024.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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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병원경영전략①…박재병 케어닥 대표
1천만 노인 돌봄의 건강한 대안, ‘시니어 하우징’ 확장 기대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걸음마 단계…의료시스템 한계 때문
CCRC…입주민 건강 상태 따라 단계별로 다른 꾸준한 케어 제공

돌봄, 의료, 주거는 ‘나이 든 사회’일수록 수요가 높아진다.

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거동이 불편해지고 의식주와 건강 관리에 있어 지속적인 외부 도움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한데 묶어 노인들의 건강한 일상을 돕고 케어하는 것이 바로 시니어 하우징 서비스다.

더욱이 2025년부터 인구 20%가 노인으로 접어드는 한국에서 시니어 하우징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변화의 물결을 포착한 국내외 투자자들과 개발사들 역시 관련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의료 서비스의 의존도가 훨씬 높아지는 후기 고령자 시설의 경우 아직까지 기존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추세다.

문제는 국내 의료 시스템이 지닌 한계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의료 서비스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 역시 시니어 케어 산업의 방향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의료 서비스에 상당수 기대고 있는 국내 시니어 케어 산업 구조 역시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 ‘요양병원의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현시점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 중 하나는 전문의 파업 사태 및 보건의료 정책 개혁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의료 수가와 규제부터 의료비 부담 심화, 의료 인력 부족, 의료 서비스 불균형 등의 문제는 이미 시니어 케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 건강보험의 예산 부족, 인력의 부족, 과잉 의료 서비스 남용 등 크게 4가지다.

이들 문제는 서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고령화 사회에 더욱 불리한 의료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첫째로 수도권, 그중에서도 Big5로 손꼽히는 대형병원에 진료 수요가 몰리는 것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비수도권에 거주 중인 암환자 중 약 103만 명이 서울 빅5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평균 20만 명이 지방 상급병원을 외면하고 특정 유명 병원이나 대형 병원, 특정 의사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3차 대형병원 진료가 무분별하게 증가할 경우 불필요한 환자의 진료는 늘어나는 반면 정작 꼭 필요한 응급 및 중증 환자의 치료는 어려워질 확률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지방 의료 체계 붕괴를 불러올 위험이 높다. 실제로 지방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질 경우 초동조치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지방에서 아픈’ 것 자체가 위험하게 되고, 이는 지방 주거 환경의 질적 저하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방 내 남아있는 노인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더욱 당연한 수순이다.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의 불투명한 전망도 두 번째 위험 요소다.

당초 한국의 건강보험은 1963년 도입된 이래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고, 건강 증진에 기여해오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도로 손꼽혔다.

특히 1999년 개혁 이후로는 의료 서비스의 이용률과 만성 질환 관리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건강 보험료율이 7%를 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은 올해부터 1조 4천억가량의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고가의 의료 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료 소비의 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8년에는 25조 규모의 적립금이 모두 고갈되고, 2032년경에는 30조 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건보 적자를 메꾸는 데는 매년 50조 정도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히 건강보험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건강보험 대비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간병비 지원 등 정부의 관련 재정 지출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과잉 의료 서비스 남용 역시 의료 시장 환경을 크게 저해하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앞서 말한 상급 병원 선호는 이러한 문제와 직결된다.

조금만 아파도 무조건 큰 병원, 명의를 찾으며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수만 명의 의사들은 90시간에서 100시간까지 의료 노동을 하는 등 불합리하게 혹사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지방의 병원들은 ‘손님’이 없는 만큼 수익성과 고급 의료진 확보에 문제를 겪게 된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의료 재정의 만성 적자를 앞두고 있으며,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나치게 편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향후 한정된 예산 내 더 넓고 많은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즉, 상대적으로 ‘임금과 비용이 적은’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를 통한 진료 서비스 제공을 확대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특히 시니어 케어 분야로 넘어오면 ‘노인 의료 서비스’의 불필요한 이용자를 줄여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덜어내는 등, 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요양병원의 역할 변화다.

현재 국내에는 2024년 1분기 기준 약 1,400여개 요양병원이 있으며, 이들이 요양원을 대체해 ‘장기 체류 주거 공간’으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요양병원은 회복 및 재활, 중증 호스피스에 집중하여 고령 의료 서비스의 기능에는 충실하지만, 명확한 의사 소견과 질환이 아니면 갈 수 없는 병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병원의 입원 허들은 앞으로 높아지고, 입원 날짜는 더 짧아질 것이다.

이를 통해 요양병원은 특화시설만 살아남도록 수가 체계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역시 모든 요양병원에 해당되기보다는 특정 병동 및 질환에 국한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꼭 이러한 문제를 짚지 않더라도,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요양병원은 매해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심각하지 않은 증상과 더불어 ‘주거와 케어’를 주목적으로 6개월, 1년씩 상급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체류하던 기존 노인들은 병원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기존 시니어 케어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 요양병원에서 밀려난 후기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 대안, ‘시니어하우징’

기존의 의료 체계 내에서 진행되던 ‘노인 돌봄’이 병원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밀려난 노인들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요양원의 입소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장기요양보험의 적자는 건강보험의 그것 못지 않게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만큼 요양원의 신규 확대나 입소자 확대는 훨씬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니어 하우징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병원과 요양원, 요양병원의 수요가 시니어 하우징으로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특히 흔히 떠올리는 호텔이나 아파트 중심의 시설보다는, 생활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어시스트 리빙(Assisted Living)’ 혹은 재활과 간병의 역할에 좀 더 집중된 ‘너싱형(Nursing)’ 시니어 하우징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후기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주거 기능을 직접적으로 양도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단 의료 서비스의 변화만이 이러한 후기 고령자 대상 시니어 하우징 서비스의 확대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가정 내 부양과 돌봄의 기능이 축소되고 간병의 부담이 커진 국내 환경의 변화도 이러한 수요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시니어 하우징 입소는 가정 내 간병과 비교해도 비용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노인 돌봄에 있어 매우 합리적인 대안 중 하나다.

시니어 하우징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시니어 주거 공간 서비스는 ‘저소득자를 위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사업체’라는 인식이 컸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장기간 복합적 케어를 제공해야 하는 시니어케어의 특수성을 반영해 적정한 가격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하우징 서비스는 향후 시장 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실버타운’으로 통칭되며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류인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의 단순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이들이 주로 입소하는 실버타운과 달리, 후기 고령자들의 경우 적절한 간병과 의료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다.

실버타운에 입주했더라도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어시스트리빙, 너싱 서비스를 연계해 적절한 케어를 받아야 하는 필요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노인복지주택 대부분은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는 후기 고령자들은 되려 실버타운에서 퇴소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서구형 은퇴공동체로 잘 알려진 ‘CCRC(연속보호체계형 은퇴주거단지,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의 필요성이다. 

CCRC는 노년의 주 생활 공간, 즉 ‘집’으로서 노년층을 위한 지속적인 생활 및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커뮤니티다. 

일반적인 주택 형태인 1단계부터 시작해 독립적 생활을 일부 보조하는 2단계 형태, 어시스트리빙을 제공하는 3단계, 너싱 서비스가 이어지는 4단계 등 생애주기에 맞춘 총 4가지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궁극적 의미의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 AIP)를 제공한다. 

입주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단계별로 달라지는 꾸준한 케어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거주를 통해 ‘내 집’이라는 인식을 높여 노년기의 안정감과 돌봄의 용이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간병과 생활에 필요한 시설, 서비스를 집중시킨 ‘CCRC’ 모델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에 그치기보다는 주거와 요양, 의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복지와 여가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역시 간병 및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복지 시설인 유료노인홈이 다양한 타입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도 63만명 수준에 이른다. 

시니어주택에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헬스케어 리츠 사업 역시 싱가폴, 미국,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케어닥 역시 CCRC 개념에 주목해 연속적 생애주기 케어가 가능한 시니어 주거 서비스를 적극 개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케어닥 케어홈’에서는 데이터 및 기술을 통해 비용을 더욱 효율화함으로써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환경적으로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개인별 바이탈 및 안전 모니터링을 통해 상시 돌봄 공백을 최소화한 ‘실버가드’, 배뇨 감지 기능을 통해 어르신의 편안함과 돌봄 인력의 누수를 줄여주는 ‘스마트 기저귀’ 등 스마트 홈케어 기술을 적극 적용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확보한 돌봄 자원과 인프라를 그대로 서비스 품질 향상에 재투입함으로써, 입주 노인들의 거주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단순한 공간적 개념을 넘어 복합적인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하우징으로 성장해 가고자 하고 있다.

의료계의 이슈로 인한 시니어 돌봄 현장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화해 갈 것이다.

의료 자원이 부족해지는 환경 속 더욱 건강한 초고령화 사회의 존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인의 생애주기에 대한 이해와 각 생애주기에 필요한 돌봄과 간병, 의료 서비스 자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국내 시니어 하우징 업계가 향후 더욱 건강하게 확대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내 환경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십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칠 때, 시니어 하우징 산업은 우리 사회의 돌봄 환경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세상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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