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단체 역할만 하지 말고 사용자단체로써 사회적 책무 다하라”
“오늘 1차 노동기본권교섭이 결렬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6월 19일 오전 10시 의협회관에서 2차 노동기본권교섭을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6월 5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대한병원협회(병협)의 노동기본권교섭 불응에 이같이 불만을 표출했다.
중소규모의 병원과 의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보건의료노조는 2022년부터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을 대상으로 노동기본권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도 지난 5월 20일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협의)’을 6월 5일 오전 10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갖자는 내용의 공문을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에 보냈었다.
하지만 4개 단체는 지난 2022년, 2023년에 이어 올해로 3년째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의 노동기본권교섭 거부는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면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누리는 의사들이 정작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최하 수준의 노동조건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사인력 임금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의사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다. 의원급 개원의 소득은 안과(6억1,500만원), 정형외과(4억7,100만원), 이비인후과(4억1,300만원), 마취통증의학과(3억9,100만원), 내과(3억6,700만원) 등이다.
또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5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규모 병원 전문의의 최고 연봉이 5억9,478만원에 달한다.
반면에 이들 의사들이 운영하는 중소병·의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연봉은 법정 최저임금인 연봉 2,473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의 연봉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연평균 6.4% 상승했지만 중소병·의원 노동자들은 호봉이나 근속수당조차 없어 같은 병·의원에서 몇 년을 근무해도 임금 수준은 그대로다”며 “이들 노동자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각종 수당과 휴가·휴일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즉 2025년도 수가 협상에서 ‘10% 인상’을 주장해 수가 협상을 결렬시킨 의협이 중소병원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교섭을 거부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한 이익단체로써의 역할에는 충실하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중소병·의원 노동자들을 위한 사용자단체로써의 역할은 철저하게 방기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라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을 포함한 4개 단체에 요청한 노동기본권교섭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최소한 생활임금 수준이 보장되는 3,200만원 기본임금 보장 △관공서 공휴일과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보장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 수당으로 보상 △보수교육 유급 보장과 보수교육비 지원 △임산부 보호 △의료기관 내 폭력 및 괴롭힘 금지 △면허·자격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지시 금지 △유급병가 보장 △경조휴가 부여 △유급 감정노동휴가 보장 등이다”며 “수용하지 못할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의 불참으로 1차 노동기본권교섭이 결렬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오는 6월 19일 오전 10시 의협회관에서 2차 노동기본권교섭을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