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 “의사 수입 허용하는 개념 전혀 아냐” 강조
의사협회 “무분별한 외국인 의사 진료 허용 국민 건강 위협”
정부가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보건의료 재난 위기 ‘심각’ 단계일 때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이는 외국 의사를 수입하려는 의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지금도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에 교환교수나 교육연구 관련 업무, 의료봉사 등을 할 경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다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5월 8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는 ‘의료법 제27조제1항제1호에 따라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국내에 체류하는 자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 가능한 업무로는 △외국과의 교육 또는 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의 업무 △교육연구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 3가지에 국한된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여기에다 ‘보건의료와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제2항에 따른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로서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전공의 업무거부에 따른 장기간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외국 의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5월 8일 입법예고 경위와 관련한 전문기자협의회 취재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의사들이 비상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규정을 만든 것”이라며 “시행규칙 입법예고 시점이 지금이라서 의료계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이는) 확대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심각 단계일 때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의사 수입을 허용한다는 개념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하며 “근거만 만들어 놓으면 유사시 해당 규정을 쓸 수 있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사람 중 우리나라 병원 등에 연수를 받으러 올 때 의료행위를 해야 하니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에서 허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보건의료 재난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도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국은 재난 상황에서 의료봉사가 가능하다”며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재난은 아니지만 현재 심각 단계의 비상 상황이니까 이 때는 외국인 의사 면허 소지자도 봉사 차원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근거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반발했다. 의협 대변인은 “무분별한 외국인 의사 진료 허용은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언어가 통하지도 않는 외국의사들을 제대로 된 의사고시 평가도 없이 진료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며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 결국 현재와 같은 의료대란을 야기하고, 3차 의료기관의 의료 체계가 붕괴 직전”이라며 “당장 5월이 지나면 전공의들이 수련기관으로 돌아갈 시기가 지나 수련을 포기해야 하는 등 10년 뒤 의사수를 늘리겠다는 급진적 정책의 폐해가 지금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잘못된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의료계와 대화의 창을 열고 원점부터 재검토 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